美 디폴트 우려에 파랗게 질린 코스피, 증권가 "변동성 대비하고 성장·기술주 투자 피해야"

정해용 기자 입력 2021. 9. 29. 14:24 수정 2021. 9. 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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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미 재무장관 10월 18일 디폴트 마지노선 제시
증권업계 "당분간 변동성 장세 이어질 것"
금융주, 가치주 투자가 대안될 전망

미국의 사상 첫 국가채무 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확산하면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도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동성 확대가 길게는 수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각)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부채 한도 조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미 디폴트 우려에 연준 긴축까지 겹악재에 흔들리는 한국 증시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7%(42.42포인트) 급락한 3055.50으로 장을 시작했다. 코스닥지수는 1000선이 붕괴됐다. 전 거래일보다 17.90포인트(1.77%) 내린 994.61에 장을 열었다.

국내 증시가 이렇게 변동성이 커진 이유는 미국 금융시장이 초유의 디폴트 우려로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 정부는 세수와 세출을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통상 세출 규모가 더 커 재정적자가 발생한다.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재무부는 국채를 발행해 돈을 차입한다. 이렇게 발생한 차입금은 국가 부채가 된다. 그러나 의회는 재무부가 차입할 수 있는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부채 한도’라는 것을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미 의회가 정해놓은 부채 한도로는 오는 10월 18일까지밖에 연방정부의 자금을 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원은 현재 12월 초까지 임시로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단기 예산안과 부채한도를 2022년 말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상원에서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에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7일(현지 시각)에도 상원은 단기 예산안과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을 찬성 48표, 반대 50표로 부결시켰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의회 지도부에 보낸 서신에서 “10월 18일 연방정부 자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의 역사상 첫 디폴트를 맞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에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1년 8월에도 미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하향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연방정부는 셧다운됐고 그해 7월부터 10월까지 S&P500지수는 18% 이상 하락했다.

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구체적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긴축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도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연준의 긴축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자 28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56%까지 상승하는 등 급등 양상을 보였다. 10년물 금리가 1.5%를 넘긴 것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와 금리 인상 등으로 본격적으로 돈줄을 죄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이 줄어들어 국내 증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 “기술·성장주 투자 대신 가치주 선별 투자 필요한 시기”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과 변동성 확대가 수개월 간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런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 성장주 위주의 투자보다는 금융주나 가치주 등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의회가 어떤 협상을 할 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 옐런이 제시한 마지노선인 10월 18일까지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연준의 긴축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 부문의 공급 차질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고, 올해 겨울 추위가 예상돼 이렇게 에너지 공급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부문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더욱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이런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연준의 긴축 기조가 더 빨라질 수 있어 금융시장은 겨울까지 연준의 긴축 움직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중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말했지만 연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상황으로 보인다”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았던 종목은 앞으로 주가 변동성이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1년간 주가가 상승하는 시장만 봤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력팀장은 “미국의 디폴트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국내 증시도 불안할 수 밖에 없고 환율 변동도 심해질 것”이라며 “단기적 변동성은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디폴트 우려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 이벤트로서 일시적인 변동성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국내 증시의 장기 하락 추세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재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는 오르고 있고 반도체 산업은 공급망의 차질을 빚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경기 민감주나 기술주, 반도체 관련주 투자는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석모 센터장은 “당분간 금리가 올라가는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성장주보다는 가치주 또는 금리가 상승하면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주에 투자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실적은 괜찮은데 최근 단기간 주가의 하락폭이 컸던 종목들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를 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 지수 3000선 전후로 투매에 나서기보다는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대형 악재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관망하고 투자 종목들을 선별해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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