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자구책 본격화..소유 은행 지분 국영기업에 매각

성징은행 주식 19.93% 매각..100억위안 확보 가능
이자 지급 등 유동성 위기 급한 불 끌 수 있을 듯
인수 기업은 선양시 등이 대주주인 국유기업
추가 자사매각도 국유기업 통해 이뤄질 가능성

중국 선전에 있는 헝다그룹 본사 모습. 선전/AP 연합뉴스

350조원에 이르는 부채로 파산 위기로 내몰린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일부 보유 자산 매각 등 자구책에 나섰다. 당장 지급해야 할 이자를 충당할 수 있게 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란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헝다는 이날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랴오닝성 선양에 본사를 둔 성징은행 보유 주식 19.93%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 주식은 17억5천만주, 1주당 가격은 5.7위안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국 등의 승인을 얻어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헝다 쪽은 약 100억위안(약 1조8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징은행 지분 인수에 나선 업체인 ‘선양성징금융투자’는 양대 주주인 선양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와 선양시 재정국이 각각 지분의 58.33%와 30.38%를 보유한 국유기업이다. 헝다 쪽은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면서 성징은행 영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분 인수자가 국유기업이란 점에서 향후 성징은행 운영에 안정을 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헝다는 지난 23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액면가 20억3천만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 8350만달러(약 981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다만 채권 계약에 따라 이자 지급 예정일로부터 30일 간의 유예 기간이 설정돼 있어 당장 채무불이행 선언이 이뤄지진 않았다. 헝다 쪽은 이날도 달러 채권 이자 4750만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유동성 위기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시장에선 성징은행 지분 매각으로 한 숨을 돌리게 된 헝다 쪽이 추가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주가 폭락 등으로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증시 과학·기술 혁신판(커촹반) 상장을 포기한 헝다자동차 매각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성징은행 지분을 국유기업이 인수했다는 점에서 향후 주력인 부동산을 포함해 헝다가 부문별 자회사의 지분 전체 또는 일부를 차례로 국유기업에 넘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3일 중국 중앙 정부가 이달 초 지방정부 쪽에 “관할 지역에서 헝다가 진행 중인 사업의 상황을 살피고, 지역 국영기업과 민간업체는 헝다 쪽 사업 인수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