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달고나 핥을때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죠..확실히 오징어 됐다"

손효주 기자 2021. 9. 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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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제가) 확실히 오징어가 되긴 했죠(웃음). 열심히 찍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게 현실인가 싶어요.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는 29일 화상으로 진행된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완성된 영상을) 처음 봤을 때 한참 웃었다”며 “되게 많은 걸 벗어던졌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은 23일부터 엿새 연속으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스트리밍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는 등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세계적으로 열풍이 부는 만큼 주인공 성기훈 역의 이정재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그는 실직 후 이혼하고 도박장을 전전하는 등 인생의 바닥까지 추락한 중년 남성 성기훈을 연기했다. 기훈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이정재가 제대로 망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그는 “연기자 입장에선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연기를 한 것이지 망가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강한 캐릭터 연기에 비해 생활연기는 좀 더 자연스러워야 해서 오히려 힘든 부분이 많거든요. 게임들을 거치며 변하는 감정도 잘 표현해야 하고…. 연기를 하며 고민을 많이 했죠.”

그는 처음 기훈 역을 제안을 받았을 때 “반가웠다”고 했다. 영화 ‘암살’ ‘관상’ ‘신세계’ 등에서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온 만큼 연기 변신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 그는 “나이를 먹다보니 악역이나 강한 역할 밖에 안들어오더라”라며 “고민하던 찰나에 황동혁 감독님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제안해줘서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작품 설정이 좋았다고 밝혔다. “어른들이 어린시절 하던 게임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로테스크해 공포감이 크게 느껴졌었다”라며 “각 캐릭터들의 애환을 꼼꼼하게 담은 점이 다른 서바이벌 게임 소재 드라마들과 다르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극중 6개 게임에 대한 뒷이야도 밝혔다. 그가 꼽은 가장 어려웠던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 그는 “1.5~2m 정도 되는 높이에 강화유리로 징검다리를 만들어놓고 ‘안전하니까 마음껏 뛰라’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라며 “발에 땀이 나서 자꾸 미끄러졌고 초반엔 징검다리 간 간격이 넓어서 뛰기 어려웠다”고 했다.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기훈(이정재)이 우산 모양이 찍힌 달고나 뒷면을 쳐다보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달고나 핥는 장면에 대해선 “감독님은 ‘막 핥아달라’고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니까…”라며 웃었다.

이정재는 6개 게임 세트장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시나리오만 봤을 때 그 정도 규모의 세트장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실제 세트장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촬영 가면 사진 찍기 바빴다”고 했다. 특히 달고나 뽑기 게임에서 등장한 ‘놀이터 세트장’을 두고는 “그 공간에 들어가면 현대미술 전시를 보러온 것 같을 정도로 미술적으로 뛰어난 세트장이었다”고 말했다.

기훈을 연기하며 슬픈 점도 있었다. 기훈은 황 감독이 쌍용차 해고자를 참고해 설정한 인물. 그는 “마음이 많이 무겁고 아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라는 기훈의 극중 대사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 이러면 안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작품의 대성공을 두고는 “이런 내용이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시기가 잘 맞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앞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더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은 결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건 잘못된 것’이라며 무시무시한 세계로 다시 뛰어들어가는 듯한 기훈의 그 용감한 정의가 좋더라고요. 모르죠. 2편에선 어떻게 될지(웃음).”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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