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 걸으며 '1인 관람극'..국립극단 '코오피와 최면약'

이재훈 입력 2021. 9. 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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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이 아닌 바깥 풍경이 무대가 된다.

국립극단의 신작 연극 '코오피와 최면약'에선 관객의 동선 자체가 공연이다.

관객 홀로 서울로7017을 걷게 되는 '1인 관람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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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코오피와 최면약'. 2021.09.29.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극장 안이 아닌 바깥 풍경이 무대가 된다. 국립극단의 신작 연극 '코오피와 최면약'에선 관객의 동선 자체가 공연이다.

국립극단이 장소 특정 퍼포먼스를 선보여온 서현석 작가에게 의뢰하면서 시작된 작품. 서 작가에게 서계동 국립극단 인근의 서울로7017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원래 이곳은 '차량 길'이었던 서울역 고가도로 자리다. 지금은 공중공원 겸 보행로가 됐다.

관객 홀로 서울로7017을 걷게 되는 '1인 관람극'이다. 입구는 국립극단에서 1㎞가량 떨어진, 남대문시장 인근 서울로7017안내소. 개인 이어폰을 귀에 꽂고, QR코드를 통해 접속한 '안내 음성'이 나오면, 공연이 시작된다.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꼬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서울=뉴시스] 연극 '코오피와 최면약'. 2021.09.29.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이어폰에선 작가 이상(1910~1937)이 '날개'가 발췌 낭독된다. '삼차각설계도'(1931), '1933, 6, 1'(1933), '오감도'(1934), '권태'(1937) 등도 일부 인용된다. 핵무기실험 등 1930~1940년대 세계적으로 발생했던 주요 사건도 언급된다.

이를 통해 '코오피와 최면약'은 공통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홀로 개인적 안락함을 느끼고 싶다는 욕망과 세상의 모든 것을 아우르고 싶다는 욕망이 길거리 위해서 내전(內戰)을 벌인다.

이건 일종의 '스트리트 셀프 파이터'다. 서울로 7107과 서울역 주변 풍경은 그대로인데, 관객 마음은 천변만화다. 관객의 심리 상태, 감정 상황, 시간대, 날씨 등이 체험 또는 감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관람법이기도 하다. 처음 안내소에서 만나는 국립극단 직원과 중간 중간 길을 안내해주는 직원 외에 관객이 타인을 접촉하는 경우는 없다. 빗방울이 떨어질 때도 직원은 멀찌감치 떨어져 말 없이 우산을 씌워줄 뿐이다.

[서울=뉴시스] 연극 '코오피와 최면약'. 2021.09.29.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사실 한명 씩 관람하는 형태가 코로나19 시대에 등장한 건 아니다. 특히 서 작가는 '헤테로토피아'를 비롯 1인 관람 방식으로 주목 받아왔다. 2017년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 '천사 - 유보된 제목'은 60분 동안 홀로 극장을 돌아보는 공연으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사회·환경적 맥락이 바뀌었다. 당시 1인 관람극은 대단한 파격이었으나, 코로나19 시대 낯설지 않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월간 공연전산망' 9월호에 따르면, 2020년 공연(콘서트 제외) 관객 중 나홀로 관객 비중이 47.5%를 차지했다.

2019년 인터파크가 발표한 공연시장 연도별 1인 관객 추이(콘서트 포함) 자료 중 2017년(49%)·2018년(46%) 나홀로관객 비율과 차이가 없다(2019년 발표 자료는 없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공연티켓 판매 금액(콘서트 시장 포함)이 전년 대비 75%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으니, 1인 관객 시장은 견고하다는 뜻이다.

[서울=뉴시스] 연극 '코오피와 최면약'. 2021.09.29.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코오피와 최면약'의 끝은 국립극단 내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마무리된다. 총 182석(1층 80석·2층 102석) 중 1열10번 좌석에 홀로 앉아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한다. 이후 무대 한가운데를 거니는 호사가 주어진다.

가상현실 영상은 관객을 이상이 '날개'에서 묘사한 '티룸'(끽다점·喫茶店)으로 초대한다. 옛 경성역 역사 2층에 있던 곳이다. "쪼르르르." 관객 앞에 비어 있는 찾잔에 여성이 커피를 따라 준다.

지독한 외로움 또는 '퇴폐적 낭만미'가 찾아온다. 50분 동안 복잡하고 번화한 서울 한 가운데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건 특별한 체험이다. 공연은 오는 10월3일까지. 총 관람 가능 관객은 총 168명인데, 이미 매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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