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오징어게임 속 내모습? 확실히 오징어 됐죠"

이혜운 기자 입력 2021. 9. 29. 13:07 수정 2021. 9. 29. 15: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과거 배우 이정재는 모래시계 재희였고, 태양은 없다 홍기였고, 신세계 이자성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염라대왕(신과 함께)과 수양대군(관상)이 되더니, 이제는 전 세계 찌질남 ‘성기훈’이 돼 돌아왔다.

데뷔 28년 만에 강제로 해외 진출 당한 그를 29일 화상으로 만났다.

-글로벌 인기 실감하나.

“인스타그램보면서 인기를 실감한다. 많은 분들이 사진 올려주시는 것도 보고, 오늘 아침에도 ‘선배님 같이 찍은 이 사진 올려도 되나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올리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독특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 한국 콘텐츠를 떠나서 아마도 굉장히 독특한 콘셉트다. 여러가지 측면들이 복합적으로 많이 어우러져 있는 그런 시나리오이면서 촬영, 캐릭터들이 다 조화를 이룬게 아닌가 싶다. 조합이 잘 맞아서 이러한 내용이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도 중요한 것 같다. 황동혁 감독님이 8년 전서부터 준비를 하셨다고 하셨는데 아마 그때 보다는 지금이 더 공감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까 작품을 만드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봐주시는 분들의 시기까지도 잘 맞은 것 같다.”

-파격적인 변신을 했는데.

“해외 분들은 저를 잘 모르실 듯 하다. 제 팬이신지 한국 시청자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정재가 이런 것만 하는 배우는 아니에요’라고 하면서 사진을 잔뜩 올려놨더라. 그거 보고 한참 웃었다. 연기자는 개인이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는가 보다 캐릭터가 시청자가 봤을 때 ‘저 사람은 어떤 배우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훈 역할을 잘했다’라고 그 정도만 생각해주셔도 그 이상 바랄 게 없다.”

-온라인 상에서 먹방 옥의 티가 화제다.

“먹는 장면 찍게 되면 첫 테이크 때는 열심히 먹는다. 세 번째, 네 번째 넘어가면 배가 부르면서 요령을 피운다. 아마도 그게 저는 등으로 있다 보니까 제가 잘 안 나온다고 생각하고 요령을 피운 거 같다. 정면에서는 먹었다. 편집에서 그걸 쓰신 것 같다. 편집하면서도 모르셨나보다.(웃음)”

넷플릭스

-빨간 머리는 실제로 염색을 한 머리인지.

“빨간 머리를 하면 다른 일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웃음) 염색이 아니라 잘 맞는 가발을 썼다.”

-황동혁 감독이 ‘이정재의 반전 매력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먹다 보니까 센 역할, 악역 밖에 제안이 안 오더라. 근래에 했던 작품들이 극중에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켜야만하는 그런 캐릭터들이 주로 많이 들어왔다. 내가 더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는 찰나에 황동혁 감독님이 기훈 캐릭터를 제안해주셨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오랜만에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연기한 기분은.

“사실 생활 연기가 가장 힘들다. 초반에 캐릭터 설정을 잡으면 잡혀져 있는 캐릭터로 밀고 가면 조금 수월하게 연기가 되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런데 생활 연기는 신경을 더 많이 써야한다. 자연스러워야 하고 우리 일상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보여야 하는 그런 지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시나리오 받고 연습을 하는데 뭔가 자연스럽지 않더라. ‘이상하다? 생활적으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데 왜 불편하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계속 시간을 갖고 연습을 하다 보니까 지점이 해소가 됐다.

매 게임마다 매 캐릭터들과 시간이 지나면서 극한 상황 안에서도 교감이라든가 감정을 표현해야되는 것들의 수위가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고민이 많았다. 저 같은 경우에는 달고나 뽑기 게임에서 핥는 장면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니까 ‘그럴 수 있겠죠’라고 하면서 열심히 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지, 망가지는데 부담은 없었나.

“확실히 오징어가 됐다. 보신 분들은 제게 ‘진짜 모자가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 왜 하필 그 모자를 썼냐고 그러더라. 모자를 썼을 때 머리를 안으로 깔끔하게 쓰지 왜 저렇게 대충 썼냐고 하더라.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다. ‘신세계’ 때 처음 같이 했던 조상경 의상 실장님의 입장에서는 제게 뭘 입혀서 ‘진짜 쌍문동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지’라는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저보고 어떻게 입고 싶냐고 물어보더라. 감독님하고 조상경 실장님과 셋이 있었는데, ‘나는 그냥 가져온 거 좋은 거 같으니까 주는대로 입겠다’라고 했다.

망가진다는 표현은 연기를 하는 제 입장에서 망가졌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자니까 이런 역할도 하고, 저런 역할도 하는데 성기훈 역을 잘 해내기 위해 했던 것이기 때문에 망가져야 된다는 생각은 준비를 할 때나 촬영을 할 때나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다.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생활 연기를 해야되는 건 망가지는 게 아니라 생활 연기를 하는 것이다.”

-힘을 뺀 연기는 어땠나.

“제가 연기 했었던 그룹을 크게 나누면 ‘태양은 없다’, ‘선물’ 그리고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나 ‘암살’ 이런 캐릭터들 두 그룹으로 묶으려고 하는 것 같다. 저는 그래도 제가 고민해서 하나씩 조각해서 만든 캐릭터다 보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 다르게 보여졌으면 하는 게 제 마음이다. 계속 강한 역할들만 하다가 오래만에 풀어진 캐릭터를 몸이 풀어진 듯 자연스럽게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하게 됐다.”

-기훈과 닮고 싶었던 점은 무엇인가.

“아마 외국 시청자들이 보셨을 때는 성기훈이 저런 극한 상황에서도 남들을 도와주고 싶은 혹은 도와주는 그런 생각이나 행동이 공감을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가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에도 그렇게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따뜻한 친구구나라는 식으로 읽혀졌다. 이해나 연기를 못하겠다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성기훈의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했다. TV쇼이기도 하지만 성기훈의 성격이 메시지성으로 반영이 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기훈이 극중 초반 엄마에겐 잘 못하다가, 일남에게 잘해주는 모습에 공감 못하는 사람도 있다.

“보통 자기 부모에게는 어리광 피우지 않나? 투덜대기도 하고. 부모니깐 받아주시니깐. 투덜대고, 어리광도 피우고, 집 밖에서는 상대를 안 해주니깐. 그런 투정을 받아주는 데라고는 엄마 밖에 없어, 그래서 더 불쌍하고 짠해보였다. 일남을 보고 잘해주는 건 일남을 통해 자신의 나약함을 보게 되는 듯했기 때문인 것 같다. 기훈은 사실 영화적인 캐릭터다.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상우가 더 현실적이다.”

-’오징어 게임’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콘셉트가 좋았다. 성인들이 하는 서바이벌 게임인데 어렸을 때 했던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공포감이 느껴졌다. 장르는 서바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게임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충들이 이 사람들이 왜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 꼼꼼하게 시나리오에 해놨다. 그런 것들이 과장되지 않게 하나 하나 1부부터 시작해서 쌓아둔 것들이 엔딩 때 감정적으로 효과적이게 폭발하는 지점들이 다른 서바이벌 영화 보다는 차별성을 많이 느꼈다. 처음부터 좋았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실제 촬영장에서 넓은 공터에서 큰 인형을 놓아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위해 456명이 직접 뛰어다니기도 했다. 컴퓨터 그래픽 후반 작업 도움을 받은 줄다리기,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등은 이런 스케일일 줄은 시나리오만을 보고서는 가늠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까 촬영장 갈 때마다 어떤 세트장이 어떻게 구현이 되어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가서 보면 잘 되어 있어서 촬영 전에 서로 사진 찍기 바빴다. 황동혁 감독님과 관련 스태프들이 치밀하게 준비를 오래전서부터 했다는 게 촬영을 할 때부터 느껴졌다. 효과를 완성도 내에서 꽤 많이 봤다.”

-박해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워낙에 베이스가 연극 쪽에서 탄탄히 잡혀있었던 친구여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데 있어서 굉장히 깊게 해석을 해왔더라. 이 친구는 깊이도 있지만 다른 면을 보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굉장히 귀여운 면이 많다. 현장에서도 유머러스하다.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해야하나. 연기적으로 저랑 맨 마지막까지 가는 친구다 보니까 호흡도 잘 맞았다. 성격이 워낙 좋다. 저희가 가장 더울 때부터 가장 추울 때까지 구간을 다 지나가면서 촬영을 했다. 추운 날 비 뿌리면서 마지막 장면을 찍는데 여러 어려운 구간들을 그 친구의 밝은 성격으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잘 이겨나갔던 것 같다.”

-456억의 상금을 타면 기부를 한다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지

“기훈이 456억이 생기면 다른 결정을 할 수 있겠지만, 이정재에게 갑자기 456억이 생긴다면 당연히 기부할 것 같다.”

-이병헌과 한 신에서 만나게 됐는데.

“병헌이 형이랑은 ‘언젠간 한 번 해야지’, ‘합시다’라고 말로만 했었다. 형이랑 저랑은 데뷔 막 했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같은 소속사에도 몇년 간 있기도 했다. 친분이 남다르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할 기회가 없었다. ‘오징어 게임’에서 황동혁 감독님과의 연 때문인지 특별 출연을 해주셨다. 저하고는 한 신 만나게 됐었다. ‘오징어 게임’ 2편이 나온다면 당연히 병헌이 형이랑 작업을 해보고 싶다. 2편에서 제가 못 나온다고 하더라도 다른 작품에서라도 하고 싶다.”

-최근 데뷔 초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옛날 사진들 올라오니까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싶더라.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싶다. 보는 재미가 있긴 하더라. ‘이런 작품도, 저런 작품도 했구나’ 싶다. 나름대로 안 쉬고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나름 열심히 했구나 이런 생각도 든다.”

-나영석 PD가 정우성 배우와 함께 ‘삼시세끼’ 등 시골살이 같은 프로그램 하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나영석 PD님의 꿈을 이루시려면 저희 회사로 오셔야 한다.(웃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