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찾아온 귀한 아이.. 엄마·아빠의 '행운' 몽땅 줄게

기자 2021. 9. 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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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 전 나와 남편의 웃음과 울음을 절반씩 나누어 가진 하나의 이름이 세상에 보태졌다.

늦게 찾아온 귀한 아이, 사랑만 주기에도 하루하루 시간이 아깝지만 현실은 매일이 전쟁이다.

썩은 내 표정을 보며 "엄마, 왜 그래? 오늘 힘들었어?"라며 안겨 오는 아이의 순수함에 무방비 분노 해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고, 나의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내 인생의 큰 특권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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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 봄

1000일 전 나와 남편의 웃음과 울음을 절반씩 나누어 가진 하나의 이름이 세상에 보태졌다. 늦게 찾아온 귀한 아이, 사랑만 주기에도 하루하루 시간이 아깝지만 현실은 매일이 전쟁이다.

일 마치고 도망치듯 바쁘게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해가 지고 있는데 놀이터 가서 놀겠다고 보채는 아이를 간신히 차에 태운다. 집에 도착하면 옷 갈아입기 싫다, 손 안 씻겠다고 칭얼댄다. 살살 비위 맞춰 가며 손발을 씻기고 저녁을 만든다. 다리에 매달려 “엄마, 엄마” 부르는 13㎏ 내 새끼를 한쪽 팔로 안아 올리고 다른 손으로 프라이팬을 힘차게 흔들며 한 상 차려본다. 무식욕자 아이의 엉성한 젓가락질에 우수수 떨어지는 음식들. 후, 마음을 가다듬고 입가에 미소 띄우며 잘 먹는다, 착하다, 예쁘다, 격려와 칭찬을 쏟아내며 밥을 내민다.

몇 숟가락 먹더니 나 잡아보란 듯 뛰어다니며 30분이 넘도록 식탁에 올 생각을 안 하는 천진난만한 모습에… 화가 차오른다.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한숨 쉬며 자포자기. 나 왜 이러고 살지. 온갖 어두운 생각에 허우적거리다가 이성의 끈이 끊어질락 말락 하는 순간, 간상세포로 귀여운 볼살과 똥그란 눈망울이 보인다. 썩은 내 표정을 보며 “엄마, 왜 그래? 오늘 힘들었어?”라며 안겨 오는 아이의 순수함에 무방비 분노 해제. 귓가에 연약한 숨결이 번진다. 아, 완벽한 포옹이다. 삶의 이유, 행복의 이유, 세상 모든 진리의 근거를 찾아낸 기분이다. 내 곁에 이런 미스터리 하면서 가슴 벅차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다니.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건 좋은 걸 주기 위해서일까. 내 생애 남아있는 볼품없는 행운을 몽땅 들이부어서라도 아이에게 쏟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치곤 한다.

내 아이가 바람 소리를 좋아하면 좋겠다. 내 아이가 빗방울 소리에 눈을 감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 좋겠다. 내 아이가 여행을 떠나는 설렘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희미하더라도 조용히 사랑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삶이 서러울 때 누군가의 등을 꼭 안아주면 좋겠다. 내 아이가 매일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느리게 생각하고 다르게 바라보고 새로운 걸 발견하길 바란다.

많은 사람이 겪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엄마라는 직업은 아직도 낯설고 어렵다. 지금도 엄마 되기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믿는다. 이 아름다운 아이가 나를 더 큰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고, 나의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내 인생의 큰 특권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이에게 오늘도 묻는다. “봄이는 엄마의 뭐예요?” 환한 웃음으로 답한다. “보물!”

“아이야, 나는 네 세계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존재가 될 거야, 날 믿어. 그리고 지켜봐.”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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