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이정재 "세계적 인기 실감 중, 빨간머리는 가발"[EN:인터뷰①]

이민지 2021. 9. 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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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기자]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이정재는 '오징어게임'을 통해 파격 변신을 선보였다. 그는 실직, 이혼, 도박, 사채까지 전전하며 가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성기훈으로 분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다.

이정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해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기훈의 혼란과 갈등, 처절한 사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 '오징어 게임'이 현재 83개국에서 '오늘의 TOP 10' 상위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 실감하고 있다. 많은 분들께서 사진 올려주신 것도 보고 실제로 출연했던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찍었던 것을 SNS에 올리기도 하더라. 오늘 아침에도 '같이 찍은거 올려도 되냐?'는 연락이 왔었다.

- 황동혁 감독이 이정재의 반전 매력을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했는데 ▲ 황동혁 감독님이 생각하셨던 것과 내가 다음 작품을 어떤 걸 해야할까 고민했던 것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먹다 보니까 악역이랑 센 역할 밖에 안 들어오더라. 근래 했었던 작품들이 대부분 극중 긴장감을 크게 불러일으켜야만 하는 캐릭터들이었다. 나도 그런 캐릭터들이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 다른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은 했는데 계속 그런 캐릭터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더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한 찰나에 황동혁 감독님이 기훈이란 캐릭터를 제안해주셨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오랜만에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황동혁 감독님의 제안도 반가웠지만 그 캐릭터도 반가웠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팬들의 반응이 있는지? 주변 반응도 궁금하다 ▲ 동료 배우들부터 지인들까지 요새 진짜 문자 메시지, 전화 연락이 많이 온다. 축하 연락을 많이 해줘서 감사하다. '오징어게임'을 보신 시청자분들이 패러디 하시면서 영상 올려주시는 것들이 재밌더라. '우리보다 훨씬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런 분들도 있다. 요즘 촬영을 하고 있어 자주는 못 보지만 쉬는 시간에 그런 것들을 찾아보면서 웃고 있다.

- 해외에서 ‘성기훈’의 인간적인 면에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고 한다 ▲ 외국 분들이 보셨을 때 성기훈이 극한 상황에서도 남들을 도와주고 싶어하고 도와주는 행동을 얼마만큼 공감하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에 그런 정서가 조금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그게 그렇게 이상해보이지 않았고 이 친구는 마음이 따뜻한 친구라고 읽혀졌다. 이해가 안돼서 연기를 못하겠다 한 부분은 없었다. 성기훈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인간미를 그런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때 잃지 않을 수 있는 용감함이 있다. TV쇼이다 보니 성기훈의 성격이 메시지로 반영된게 아닌가 싶다.

-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땠나 ▲ 처음부터 콘셉트가 좋았다. 성인들이 하는 서바이벌 게임인데 어렸을 때 했던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로테스크하달까? 공포감이 조금 더 느껴졌다. 서바이벌 게임 장르라 할 수 있지만 그 게임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충, 왜 거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시나리오에 꼼꼼하게 설명해놨다. 그런 것들이 과장되지 않게, 하나씩 조금씩 쌓아놨던 것들이 그 캐릭터의 엔딩에서 효과적으로 폭발하는 지점들이 다른 서바이벌 게임 영화와 차별성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처음부터 꽤 좋았다는 생각이었다. 각 게임에서 나오는 스케일감이 있다. 실제 세트에서 456명이 뛰어가면서 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CG 후반작업 도움을 받은 줄다리기 게임, 징검다리 건너기 등은 그 정도 스케일일 줄은 시나리오만 보고서는 가늠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장 갈 때마다 어떤 세트장이 어떻게 구현돼 있을까 궁금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치밀하게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는걸 촬영할 때부터 느꼈다.

- 극중 등장하는 빨간 머리는 시나리오 상에도 있었나? 실제로 염색했는지 ▲ 빨간 머리는 대본상에 있었다. 나도 '왜 빨간머리를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나눴던 기억에 있다. 기훈 나이의 일반 남성이 절대 하지 않는 색깔이다. 절대 하지 않는, 한계를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빨간 머리를 하면 다른 일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서 잘 맞는 가발을 사용했다.

- 성기훈이 유독 오일남을 챙기는 모습이 너무 영화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오일남 역 오영수 배우와의 케미는 어땠나 ▲ 기훈은 아마도 자기가 약자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누구에게 도움 받고 싶었던 심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생각하기에 약자인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기훈 본인도 보잘 것 없는 약자인데 자기 눈에 더 약자인 사람을 봤을 때 자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측은지심이 강하게 발동된 심리가 컸던 것 같다. 자신이 회사에 다닐 때 죽어가는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던 트라우마도 있고. 게임장 안에서 가장 약해 보이는 일남이라는 캐릭터가 측은해 보여서 챙겨주고 도와준 마음이 있었을거다. 일남이 먼저 퇴장하게 된 후에는 새벽이라는 캐릭터가 다치고 약해진 상태였고 약해진 새벽을 챙겨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겼다. 기훈은 약한 사람을 못 지나치는 심리가 있고 그건 자신이 보호받지 못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전부터 공연을 보러 다녔는데 대극장 연기가 아주 뛰어난 대선배님이다. 나이차도 많이 나고 한번도 뵌 적이 없어서 처음엔 어려움이 조금 있었는데 선생님 생각이 굉장히 젊으시더라. 작품을 보시는 시각도 젊으시지만 촬영이 끝나고 휴식할 때 전반적인 사회 이슈나 뉴스 이야기를 해보면 생각이 젊으시다. 같이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과도 자주 만나서 저녁식사도 했던 기억이 있다. 연기적으로 나와 꽤 많은 부분을 함께 한 캐릭터인데 호흡이 처음부터 잘 맞았다. 일남이라는 캐릭터를 깊이 고민하고 오셔서 처음부터 일남으로 나타나셨다. 그런 면에서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 극 초반 성기훈이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가 워낙 철없고 불효막심한 아들로 비쳐서 게임에 참가하자마 오일남을 향한 따뜻한 인간미가 나오는 것이 아이러니 했다 ▲ 보통 자기 부모에게는 어리광을 피우지 않나? 투덜대기도 하고. 부모고 받아주시니까 투덜대기도 하고 어리광도 피우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집 밖에 나가서는 어리광이나 투덜거리면 상대해주지 않으니까. 기훈 입장에서 그런 투정을 받아줄데는 엄마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불쌍하고 짠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 '오징어 게임'에 전세계가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 독특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 한국 콘텐츠를 떠나서 독특한 콘셉트면서 여러가지 측면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시나리오고 촬영, 캐릭터였다. 그런 조화가 잘 이루어진게 아닌가. 이러한 내용이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도 중요한 것 같다. 감독님이 10여년전부터 준비했다고 하셨는데 그때보다는 지금 더 공감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작품을 만드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봐주시는 분들의 시기까지도 잘 맞은 것 같다.

(인터뷰②에 계속)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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