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유엔 대사 4인 "대북제재 효과 발휘..철저히 이행돼야"

김명성 기자 2021. 9. 2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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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유엔 대사 4인, 왼쪽부터 이시영·박인국·오준·조태열 전 대사/한미클럽 제공

이시영·박인국·오준·조태열 등 4인의 역대 유엔 대사들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유엔 대북 제재가 계속 유지되고 철저히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북한에 제재 탈피를 위해선 핵·미사일 포기 외에는 출구가 없음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핵 포기 없이도 남북 경협이 가능하다는 착각을 갖게 하는 것은 북한을 돕는 것이 아니고 ‘희망고문’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전·현직 주미 특파원들의 모임인 한미클럽(회장 이강덕)이 29일 발행한 외교안보 전문계간지 ‘한미저널 8호’에 실렸다. 한미저널 8호는 ‘남북한 유엔 가입 30주년: 역대 유엔 대사에게 듣는다’ 특별기획을 통해 유엔 대북제재, 주한 유엔군사령부 존치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다뤘다.

이시영(1998년 4월 ~ 2000년 2월)대사는 김대중 정부에서, 박인국(2008년 5월 ~ 2011년 5월)대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오준(2013년 9월 ~ 2016년 12월) 대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조태열(2016년 12월 ~ 2019년 10월) 대사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유엔 주재 대사를 역임했다.

◇대북제재 효과 입증돼...유엔 제재 향후 협상카드로 활용 가치 높아

오준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북한의 대미 요구사항에서 제재 종식이 최우선 순위임을 고려하면 유엔 대북제재가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오 전 대사는 “북한이 제재 탈피를 위해서는 핵·미사일 포기 이외에는 출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북핵 문제 종식시 적극적 경제 협력이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 포기 없이도 남북 경협이 가능하다는 착각을 갖게 하면 북한을 돕는 것이 아니고 ‘희망고문’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태열 전 대사도 “제재는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묶어 놓기 위해 가장 유용한 비군사적, 외교적 압박 수단”이라며 “북한을 다시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제재는 계속 유지되고 철저히 이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시영 전 대사는 “그 동안 유엔을 통한 북한 제재조치는 어느 정도 효과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협상카드로서 활용할 값어치가 있다”며 “협상은 하되 어디까지나 상호 공평하게 단계별로 추진하는 카드로서의 값어치를 극대화하는 지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인국 전 대사는 “안보리가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하거나, 대북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를 채택했을 때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09년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감행한 당시만 해도 중국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제3차 핵실험부터는 우라늄 농축 문제가 대북제재 결의안에 포함되는 등 중국의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 양상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 유엔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 상징...유엔사 완전한 종전 전까지 역할 계속 필요

전직 유엔 대사들은 최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결부돼 정치권 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의 존재 여부에 대해 완전한 종전 전까지는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조태열 전 대사는 “유엔사 문제를 단순히 남북협력이라는 좁은 시각에서만 다루어서는 안된다”며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안보상황과 미중 패권경쟁이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유엔에서의 유엔사관련 논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박인국 전 대사는 “70년에 달하는 시간동안 유엔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확보를 위한 유엔의 헌신과 존재감을 상징해왔다”며 “정전체제 하에서 유엔사의 효율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유엔사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유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대한 관심을 상징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이시영 전 대사는 “앞으로 쌍방간의 휴전상태가 종전상태로 최종적으로 마감되는 법적 조치가 이루어지기 까지 유엔군 사령부는 존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하지만 전작권 문제는 어디까지나 한미 양국 간의 군대 작전권 이양문제이므로 한미 간에 어떤 결정이 내려지던 유엔사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 전 대사는 “현재의 휴전상태를 종전으로 바꾸게 될 때에는 유엔사를 위임 받은 미국이 유엔군으로 참전한 국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유엔사가 해체될 것”이라고 했다. 오준 전 대사도 “언젠가 평화협정을 통해 한국전쟁이 완전히 종식될 경우 유엔사도 존재 필요성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때까지는 유엔사의 역할이 계속 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은 가장 잘못된 결정  유엔 집단안보 체제, 한반도 평화 제도적 뒷받침

조태열 전 대사는 “유엔 가입 이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유엔외교에서 가장 뚜렷한 성공 사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11개의 강력한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채택과 그 이행을 위한 국제공조체제 확립”이라며 “이를 통해 전후 최대의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오는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조 전 대사는 “하지만 2년 전부터 우리가 북한 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고 있는 것은 가장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오준 전 대사는 “유엔 헌장에 따라 회원국에 의한 평화의 파괴, 위협 행위는 바로 안보리의 논의 대상이 되고 유엔의 즉각적 관심 사항이 된다”며 “유엔의 집단안보 체제는 주한 유엔사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박인국 전 대사는 “유엔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이정표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는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 당국에 적대행위의 즉각적인 중지를 촉구하는 등 역내 평화와 안정의 회복을 위해 매우 신속하게 반응했다”며 “유엔은 또 남북 통일 관련 ‘단계적 접근’ ‘평화적 방식’ ‘남북 주도’ 등 몇몇 핵심 원칙들을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이시영 전 대사는 “한국정부가 과감하게 북방정책을 추진한 결과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공산진영 국가들과의 수교가 진전됐고, 북한은 궁여지책으로 종전의 남북 동시가입 반대입장을 돌연 철회함으로써 결국 남북한의 동시 유엔가입이 실현될 수 있었다”고 했다.

◇북한 유엔 가입 긍정 효과 있지만 퇴행적 모습 벗어나지 못해

전직 유엔 대사들은 북한이 유엔 가입을 통해 일부 긍정적 효과를 거뒀으나 근본적인 변화는 이뤄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오준 전 대사는 “유엔 가입 자체가 북한의 개방과 변화에 기여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유엔이 각종 현안 문제를 다루는데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지원과 압박이 동시에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오 전대사는 특히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일의 북한 국가 승인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한의 유엔 가입은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는 측면이 있으니까 대북 설득이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인국 전 대사는 “비록 북한이 유엔에 가입은 했으나, 글로벌 다자주의 체제에 익숙하지 못했던 탓에 ‘북핵문제와 체제 옹호’에 국한된 모습을 보였다”며 “그 후 북한은 남북 간 양자 합의인 남북기본합의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나, 국제사회와의 약속인 유엔 가입은 철회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태열 전 대사는 “북한이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종전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긴 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이루어 내지 못했고, 유엔에서의 북한의 행태도 계속 퇴행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조 전 대사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 결핍, 미국에 대한 불신 등이 유엔가입 후에도 북한의 활동과 대외관계를 위축시키고 있는 근본원인”이라고 했다. 이시영 전 대사는 “북한의 유엔가입은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던 북한의 국제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그래서 다른 유엔회원국들과의 외교관계가 수립되기 시작하여 숫자상으로는 160 여 개국과 수교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장기적 국가 철학 필요선진국 걸맞은 역할 하는 게 중요

박인국 전 대사는 “한국 정부와 유엔은 모두 ‘통일’이 다양한 국내, 국제 이해관계자들 간 끊임없는 대화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지난한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오준 전 대사는 “우리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강화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국제사회에서 국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조태열 전 대사는 “지난 30년의 유엔외교가 먼저 가입한 나라들을 따라잡기 위한 속도전이었다면, 향후 30년은 질적 도약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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