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이정재 "많은 걸 벗어던져..진짜 오징어 됐죠"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SNS(소셜미디어)는 안 하지만 그래도 '눈팅'은 하니까 실감하고 있죠. 축하 연락 많이 받았고, 패러디 영상들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배우 이정재에게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쑥스러운 듯 이렇게 답했다.
배우 인생 30년을 채워가는 이정재이지만 그에게도 '오징어 게임'처럼 독특한 작품은 떨리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이정재' 하면 즉각 떠오르는 폼 나는 이미지와 묵직한 목소리를 내려놓고 하류 인생의 지질함을 연기한 것 역시 그랬다.
29일 화상으로 만난 이정재는 "연기 변신이 무섭다기보다는 '내가 저렇게 연기했었나' 하고 한참 웃었다. 되게 많은 걸 벗어 던진 느낌이었기 때문"이라며 "평상시 잘 쓰지 않는 표정, 호흡, 동작들이 많이 나왔다. 오래전에는 그런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나지만 근래엔 없었다"고 했다.
"사실 생활 연기가 가장 힘들죠. 좀 더 자연스러워야 하고 좀 더 일상 속 사람들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그러면서도 다큐멘터리는 아니니까 극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연기도 혼재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달고나 뽑기 게임에서 '야, 이렇게까지 핥아야 하나' 고민도 들었어요. (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면 목숨 걸고 하는 거니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열심히 했고요. 자연스러운 연기와 극한의 연기를 왔다갔다 하면서 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 먹다 보니 악역과 센 역할만 들어오는데, 흔한 남자 캐릭터를 만나 더 반가웠어요. 확실히 오징어가 됐죠 뭐. (웃음) 그렇다고 망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요. 기훈을 잘 연기하는 것만 생각했죠."
그는 이어 "아이디어를 내기보다 연출자의 의견을 100% 받아들이고 그걸 더 잘해보려고 노력했다"며 "자신 없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황동혁 감독님이 '본인이 다 가진 건데 그것 좀 더 쓴다고 생각하라'고 해서 최대한 따랐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기훈의 인간적인 면에 감동했다는 리뷰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재는 "외국 분들이 보셨을 때는 기훈이 저런 상황에서도 남들을 돕는 행동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실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 정서는 그런 정서가 더 많은 것 같아 내가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며 "그런 따뜻함을 잃지 말아야 할 때 잃지 않는 용감함, 그 메시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한결같았던 기훈은 마지막에 '빨간 머리'를 하고 다음 게임 참가, 시즌2를 예고했다.
이정재는 "빨간머리는 기훈 나이대 남성이 절대 하지 않는 색이다. 절대 하지 않는 한계를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주고 싶었던 의지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은 엔딩으로 끝나서 굉장히 마음에 든다. 힘도 능력도 없는 기훈이 '이건 잘못된 거잖아'라며 무시무시한 세계로 다시 뛰어 들어가는 듯한 게 느껴져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정재는 또 남다른 스케일의 '오징어 게임'에 대해 "제작진이 오래전부터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어른들이 어릴 때 했던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로테스크하고 무서웠어요. 또 게임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충이 꼼꼼하게 설명돼 이후 캐릭터들의 엔딩마다 효과적으로 감정이 폭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점들이 다른 서바이벌 작품들과 차별화됐죠. 또 넓은 공터에서 엄청나게 큰 인형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456명이 뛰었던 스케일이 놀라웠어요."
그는 이어 '오징어 게임'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데 대해 "독특한 콘셉트이면서 복합적인 시나리오"라고 자신했다.
"지금 시대 공감을 살 내용이기도 하죠. 작품은 만드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이번 작품은 봐주시는 분들의 시기까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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