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ESS(電力저장장치) 비용만 1000兆' 탈원전 기만극

기자 2021. 9. 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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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처리가 강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은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재석 167인 중 찬성 109인) 겨우 통과됐다.

이 정도면 3분의 1 찬성으로 국가 중대사가 결정된 것이다.

저장비용만 1000조 원이니 비용 추계를 하면 통과가 안 될 법안이었다.

이번에 나온 저장비용 약 1000조 원은 낮에 생산한 전력을 밤에 사용하는 정도의 하루살이 저장을 위한 용량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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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졸속 처리가 강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은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재석 167인 중 찬성 109인) 겨우 통과됐다. 이 정도면 3분의 1 찬성으로 국가 중대사가 결정된 것이다. 그런데도 당시 비용 추계는 빠져 있었다. 추산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식당 메뉴의 시가도 아니고 국가 중대사에 비용 규모가 시가라니 어이가 없다. 역시 예상했듯이 추산하면 안 되는 수치였다. ‘탄중위 에너지분과 전문위 의견 검토’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61.9%로 늘릴 경우 전력저장장치(ESS) 구축에 최소 787조 원에서 최대 1248조 원이 소요된다. 저장비용만 1000조 원이니 비용 추계를 하면 통과가 안 될 법안이었다.

이번에 나온 저장비용 약 1000조 원은 낮에 생산한 전력을 밤에 사용하는 정도의 하루살이 저장을 위한 용량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며칠은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와 같이 51일 동안 흐리고 비가 오는 장마에 대비하려면 1000조 원의 수십 배 비용이 필요하므로 무려 경(京)이라는 단위가 나와야 한다. 게다가 10년마다 갈아줘야 한다. 국가부채가 1000조 원임을 생각하면 왜 불가능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SS가 차지하는 면적도 여의도의 48∼76배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아마 달에서도 확실히 보일 정도의 면적이 될 것이다. 이 정도의 일을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에서 달성할 방법은 전혀 없다. 조금 올려서 될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ESS의 대안도 거의 없다. 양수 발전(發電)도 할 곳이 없고, 재생에너지 수소 생산은 비용이 더 들고, 가스 발전은 화석연료여서 하면 안 된다. 원자력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은 원자력 발전의 출력을 조절하면서 수요를 맞춰 간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절반 정도 전력을 원자력으로 공급한다면 필요한 ESS 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기존 원전이나 신규 원전이 출력 조절 운전을 하도록 변경하고 출력 조절에 참여하는 원전의 정산단가를 차등화해주면 된다. 잠수함과 항공모함을 추진하는 원전의 유연성은 이미 검증된 것이다. 그리고 태양광 수소 생산에 원자력을 결합하면 된다. 낮에 4시간 안팎 쓰고 말 태양광 수소 생산 설비를 나머지 20시간 동안 원자력으로 가동하면 경제성은 크게 좋아진다.

우리나라는 원재료와 에너지를 수입해서 제품을 수출하는 수출 의존국이다. 화석연료를 쓰지 못할 미래에도 에너지 비용은 수출품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수력이 풍부한 나라, 원자력을 중심으로 하는 나라와 경쟁할 때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게임이 안 된다. 태양광·풍력도 다른 나라보다 비싼 데다 ESS 하루치 정도가 1000조 원인데 수출 경쟁이 될 수 없다.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한다고도 하지만 여건 좋은 나라의 재생에너지 대비 풍량과 일조량이 절반에 불과함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인 수소도 2배 비쌀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를 쓴다면 수소 수입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화석연료 수입국에서 수소 수입국으로 종류만 바뀔 뿐 에너지 자립의 기회는 영영 잃게 될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경 단위의 간헐성 대응비용을 지불하면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갈 길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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