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한도 해결 못 하면 미 정부 10월18일 부도 가능성"

이본영 2021. 9. 2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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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재무장관 "미국 신용 손상" 의회에 경고
초유의 부도나 셧다운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
현실화되면 세계 금융시장에도 악영향 전망
민주-공화당은 서로 겨냥하며 벼랑끝 대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8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뒤쪽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워싱턴/EPA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채무 한도를 올리거나 연장하지 않는다면 미국 정부가 10월18일에 부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벼랑끝 대치 속에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올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28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재무부가 가진 매우 제한된 자원이 빨리 소진되고 있다”며 “10월18일 이후 채무 이행 약속을 모두 지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 한도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에 재앙적 결과가 닥칠 것”이라며 “우리 나라는 금융 위기와 경기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 부채 금리가 올라가고 “이는 미국인 일반의 주택 모기지, 차량, 신용카드에 대한 이자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는 것”은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뢰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납세자들의 이자 비용을 올리며, 향후 수년간 미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의 채무 한도 상향이나 연장을 둘러싼 우려와 긴장은 27일 상원에서 공화당이 이를 저지하고 나서면서 한껏 커졌다.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부채 한도 합의에 실패하면 재무부에 현금이 바닥나는 날짜를 뜻하는 ‘엑스(X) 데이’를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정도로 예상해왔는데, 옐런 장관은 미국 정부 부도라는 초유의 사태가 닥칠 수 있는 날짜를 10월18일로 제시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의회의 합의 실패는 노인 수당과 군인 봉급 지급 지연 등으로 이어지고, 근본적으로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8일 전미실물경제협회 연설에서도 “우리 정부의 채무 상환 의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지며, 역사적 금융시장 붕괴와 우리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정부는 세입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지출을 막대한 채권 발행으로 메워왔다. 2년여 전 여야 합의로 올린 부채 한도는 28조4천억달러(약 3경3365조원)였다. 현재 부채 규모는 28조4300억달러로 이를 조금 웃돈다.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20조930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지가 드러난다. 미국 의회는 1960년 이후 약 80차례에 걸쳐 부채 한도를 올리거나 한도 적용을 연장해왔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런 조처가 3차례 있었다.

그러나 올해 7월31일부로 2년간의 부채 한도 연장 조처가 실효됐다. 이론적으로는 8월부터는 부채 한도가 과거의 22조달러로 되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옐런 장관은 이때부터 부도에 이르지 않으려고 “비상한 수단들”을 동원해왔다고 밝혔다. 복지 분야 등에 대한 새로운 지출과 투자를 줄이며 곳간이 바닥나지 않게 노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옐런 장관은 10월18일이 되면 더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부도나 셧다운(일부 업무 정지)에 이를 수 있다.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하면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오르고,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이 몰려올 수 있다. 부도를 모면하려면 지출을 크게 축소하는 수밖에 없다. 노인 연금과 공무원·군인 봉급 지급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미국 정부와 미국 경제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부채 한도는 원래 초당적으로 처리해왔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는 민주당이 협조했는데, 이제 야당이 된 공화당이 협조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마련한 3조5천억달러 규모의 복지 및 기후변화 관련 예산에 반대하는 공화당은 민주당이 알아서 하라는 태도다. 민주당으로서는 재정 관련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용해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상원에서 법안이 필리버스터 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100명 중 60명 이상이 우선 동의해야 하지만 단순 과반으로 처리하는 우회로가 있는 것이다. 상원은 민주·공화당이 각각 50석씩 점하고 있는데,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타이브레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해 이런 방안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독 처리는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민주당도 공식적으로는 단독 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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