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대장동 '디스토피아(逆유토피아)'

장재선 기자 입력 2021. 9. 29. 11:50 수정 2021. 9. 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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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는 허구(Fiction)를 전제로 한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때문에 재조명되고 있는 2016년 작 영화 '아수라'도 현실의 난장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지난 2018년도에 이 영화 내용이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다.

영화 속 시장은 "천당 위에 분당, 분당 위에 안남 부자 동네를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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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드라마와 영화는 허구(Fiction)를 전제로 한다. 가상의 시공간을 상정해 재미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그런 오락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현실 세상에 대한 성찰을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들이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그렇다. 자본 만능, 승자 독식 세상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또한 게임 설계자가 평등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참가자들을 게임판의 말로 쓴 것은, 정의를 앞세운 당대 정치 권력자들의 이면을 비춘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때문에 재조명되고 있는 2016년 작 영화 ‘아수라’도 현실의 난장판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작품은 가상의 디스토피아(Dystopia)를 그린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시장이 조직폭력배 출신의 부동산 업자와 짜고 뉴타운 개발을 추진하며 이권을 탐하다가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그것을 시장의 하수인으로 게임판 말 노릇을 하는 경찰 시점으로 풀어나갔다.

극 중 배경인 안남시는 성남시를 포함한 경기도 도시 이름을 빌린 것이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을 옮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2018년도에 이 영화 내용이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조폭과 권력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이 전파를 타면서였다. 성남 국제마피아파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관계를 다뤘는데, 당시 이 지사는 조폭 연루설은 ‘판타지 소설’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대장동 사업 탓에 ‘아수라’가 재조명되고 있으니 이 지사와의 악연이 끈질기다. 앞으로도 회자되겠으나, 극 중 박 시장 캐릭터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모습이라고 믿고 싶진 않다. 이 나라 대선의 유력 후보가 저토록 탐욕스럽고 잔인한 인물이라면, 우리 모둠 살이 구성원 모두가 참담한 노릇일 테니까.

‘아수라’를 대장동 사업에 비춰보며 새삼 절감한 것은, 이 나라의 땅이 아직도 투기꾼들 게임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사를 급조한 업자가 투자금의 천 배인지, 만 배인지 모를 이득을 취하고, 말단 직원이 50억 원을 퇴직금으로 받는 게임판이 현실로 드러났다. 그걸 관 행정과 유력자들의 인맥이 뒷받침했다는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아수라’에서처럼 투기업자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힘 있는 자들을 끌어와 이권의 방어막을 친 것이다.

당시 시장이었던 이 지사의 역할이 정확히 밝혀질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 사업을 공영개발 업적으로 치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속 시장은 “천당 위에 분당, 분당 위에 안남 부자 동네를 만들겠다”고 했다. 현실에선 업자들만 이득의 천당을 누렸다. 그런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고 자랑한 이 지사가 거기서 뇌물 수수가 의심된다며 야권을 비난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영화 제목 ‘아수라’는 주연 배우 황정민이 시나리오를 보다가 “이거 아수라장이네”라고 한 데서 지었다고 한다. 연출자인 김성수 감독이 당초 붙인 제목은 ‘반성’이었다. 아수라 게임판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장동 사건에서 우리 공동체는 무슨 반성을 할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권력을 얻어야 한다는 처세 논리만 남는다면, 세상은 그 자체로 디스토피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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