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노 "기쁠때나 슬플때나 공감의 성악가 될 것"

2021. 9. 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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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 준우승으로 이름 알린 테너 존노
음악적 연대기 담은 첫 클래식 앨범 'NSQG'
"대중과 클래식 연결..성악가로서 정체성 담아"
성대결절 시련·팬텀싱어..모든 순간이 도전·선택
최선 다하니 모든 무대가 '터닝 포인트' 이어져
내달 '사랑의묘약' 무대..내년 크로스오버 앨범
‘팬텀싱어3’에서 라비던스 팀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테너 존노가 첫 클래식 앨범을 통해 음악적 연대기를 들려준다. 그는 “대중과 클래식 잇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앨범 한 장엔 270여년의 시간이 담겼다. 헨델의 오라토리오부터 현대 가곡인 김효근까지.... 존노는 첫 앨범에 “자신만의 스타일은 배제”하고 “음악적 연대기”를 담았다.

“크로스오버 프로그램(‘팬텀싱어3’)을 통해 이름을 알린 만큼, 저를 아는 분들 중엔 클래식을 잘 모르고 낯설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더 다양한 클래식을 보여주고 싶었고, 대중과 클래식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남성4중창단을 뽑는 ‘팬텀싱어3’(JTBC)는 존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프로그램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피바디 음악대학 성악과 수석 졸업, 줄리아드 및 예일대 음대 석사학위. 성실하게 쌓아온 스펙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자유분방한 힙합 복장의 그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첫 음을 내자, 단번에 ‘천재 테너’라는 별칭이 붙었다.

‘팬덤싱어3’ 이후 1년. 테너 존노로의 솔로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그룹으로 결성된 라비던스(김바울 존노 고영열 황건하)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 첫 앨범을낸 존노를 만나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었다.

첫 솔로 앨범의 제목인 ‘NSQG’는 존노의 음악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고귀하며 간단하고(Noble Simplicity), 고요하며 웅장한(Quiet Grandeur)’. 모차르트 시대의 고전주의를 일컫는 이 말은 존노가 음악을 시작한 이후 마음에 품고 좌우명처럼 새겼다.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고, 힐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성했어요. 힘든 상황을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음악에만 집중하고, 자기 안의 깊이와 마음의 평화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앨범은 “성악가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존노에게 ‘경험의 깊이’가 쌓이고, ‘이해의 폭’이 넓은 곡들이 한 장으로 담겼다. 한 곡 한 곡 의미가 없는 곡은 없다. 토스티의 ‘이상’은 존노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곡이다.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 감정을 알게 된 곡이기 때문이다.

“‘이데알레(이상)’는 가곡을 들으며 태어나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곡이에요. 노래를 하면서 이만큼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곡이기도 하고요.”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 곡이 전하는 이야기 한 줄 한 줄엔 존노의 기억들이 담겼다. “가사에선 좋았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돌아오라는 말을 계속 해요. 이미 떠나보낸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들이 담겨 있어요.

모든 곡에 쌓아 올린 그의 감정은 오롯이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감정의 전달’이다. “전에는 ‘노래를 잘 하자’는 생각을 했는데, ‘이상’을 부르며 온전히 감정을 전달하는 것,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번 앨범에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마음을 전했다. 기획부터 시작해 1년이 넘는 준비 기간의 고민은 그의 얼굴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년처럼 맑은 눈빛엔 깊이가 더해졌다. “특히 최근에 더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음악을 통해 감정을 나누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것을요.”

신학을 공부하려 했던 존노가 성악을 시작한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떠밀어서 한 선택도 아니었다. 그저 노래가 좋아 접어든 길이었기에, 긴 여정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고비들도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모든 순간들이 도전이었어요.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 학비가 없어 자퇴를 하고 군대에 간 것, 다시 시작하려는데 성대결절이 왔던 것, ‘팬텀싱어’ 출연을 결정한 것도요. 매순간 선택과 도전, 좋은 결과와 그렇지 않은 결과의 반복이었어요.”

성대결절이 온 것은 대학원 1학년을 마친 이후였다. ‘촉망받던 유망주’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시련 앞에 수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 수술을 하고 나니, 3개월 동안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난 노래하는 사람인데, 노래를 하지 않으면 나는 뭘까. 그런 생각이 들곤 했어요.”

시련의 시간은 길었지만, 기적 같은 순간은 찾아왔다. ‘팬텀싱어3’ 출연 당시만 해도 이전 목소리를 완벽히 회복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돌아온 것 같다”고 한다.

“내려놓으니 회복이 되더라고요. 굳이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음역이 떨어져도 감정과 진심이 닿으면 노래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어진 곳에서 ‘최선의 삶’을 사는 그는 “모든 무대가 ‘터닝 포인트’였다”고 한다. 오늘이 발판이 돼 더 많은 무대로 이어진다. 다음 달엔 ‘존노의 오페라 살롱’의 첫 프로그램으로 ‘사랑의 묘약’(10월 13일, 롯데콘서트홀)을 선보인다. 내년 초엔 힙합, 시티팝,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담은 크로스오버 앨범도 낼 예정이다.

“전 공감하는 성악가이고 싶어요. 기쁠 때 듣고 싶은 노래, 슬플 때 위로받을 수 있는 노래로 저의 음악이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디에서나, 필요로 할 때 일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극장 안에서만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든 다양한 곳에서 함께 하는 찾아가는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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