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상 범죄' 언제까지 로맨스 도구로 사용돼야 하나 [TV와치]

박은해 2021. 9. 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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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착오적인 클리셰에 시청자는 언제까지 설레야 할까.

물론 성추행범에게 먼저 발차기를 날린 인물은 윤혜진이었고, 괴한의 앞선 범죄 시도에서 유초희(홍지희 분)를 구한 것은 여화정(이봉련 분)이었던 만큼 '갯마을 차차차'가 로맨스만을 위해 여성 대상 범죄를 묘사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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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이 시대착오적인 클리셰에 시청자는 언제까지 설레야 할까.

9월 26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극본 신하은/연출 유제원) 10회에서는 칼 든 괴한이 윤혜진(신민아 분) 집에 침입하자 홍두식이 이를 온몸으로 막아서는 장면이 공개됐다. 범죄 현장인 집에 다시 들어가기 무서웠던 윤혜진은 어깨를 다친 홍두식(김선호 분)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서로에 대한 감정은 깊어졌다.

홍두식은 성범죄자로부터 윤혜진을 구했고, 둘의 로맨스 기류는 급물살을 탔다. 위험에 처한 여주인공을 지키는 남주인공 서사는 로맨스 드라마의 유구한 클리셰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진척되는 계기가 꼭 여성 대상 범죄 에피소드여야만 했냐는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며 더욱 단단해지는 애정 서사였으나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마냥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공포를 유발하는 범죄 에피소드를 단순히 로맨스 도구로 사용한 것이 지나치게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전에도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홍두식이 윤치과에서 성추행범을 제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성추행범에게 먼저 발차기를 날린 인물은 윤혜진이었고, 괴한의 앞선 범죄 시도에서 유초희(홍지희 분)를 구한 것은 여화정(이봉련 분)이었던 만큼 '갯마을 차차차'가 로맨스만을 위해 여성 대상 범죄를 묘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데에 숙고가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극적인 러브라인 형성에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 원작이라도 변화한 시대상에 맞게 각색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앞서 7월 20일 종영한 KBS 2TV '멀리서 보면 푸른 봄'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7월 12일 방송된 9회에서는 학교 선배 오천국(유인수 분)에 의해 감금당한 김소빈(강민아 분) 모습이 그려졌다.

김소빈이 방에서 나가려 하자 오천국은 휴대폰을 강제로 뺏고 입을 틀어막은 채로 끌고 가는 등 신체적 폭력까지 행사했다. 여준(박지훈 분)이 등장해 오천국을 때려눕히면서 상황은 종료됐지만 신중하게 그려져야 할 범죄 장면이 숙고 없이 러브라인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피해자가 자책하는 대사까지 등장하자 최악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사진=tvN '갯마을 차차차' KBS 2TV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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