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야구 위기 속 '핀셋 육성' 하겠다는 KBO

김양희 2021. 9. 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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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추진하겠다는 아마추어 육성 정책이 그렇다.

야구위는 27일 미래 유소년 선수 및 KBO 퓨처스리그 유망주 기량 향상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정작 '우물 안 개구리'는 KBO리그 자체가 아니라 야구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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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한겨레DB.

‘느낌표’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물음표’투성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추진하겠다는 아마추어 육성 정책이 그렇다. 한국 야구 위기에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구심만 자아낸다.

야구위는 27일 미래 유소년 선수 및 KBO 퓨처스리그 유망주 기량 향상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게 ‘엘리트 초청 스킬트레이닝 아카데미 신설’이다.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대형 투수와 거포 엘리트를 집중 육성하는 프로젝트”(KBO)라고 한다. 한 마디로 향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지명에 뽑힐 만한 아마추어 선수를 대상으로 ‘핀셋 육성’을 하겠다는 얘기다. 일반 학생으로 치면 우등반을 따로 만들어 외부 강사를 초빙, 따로 고액 과외를 하겠다는 것이랄까.

다분히 리그가 아닌 구단 위주의 시각이 담겨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박탈감을 느낄 대다수 아마추어 선수들의 심정은 고려한 유망주 육성 방안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중학교 야구 선수를 둔 한 학부모는 전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형적인 기업식 마인드다. 구단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리그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현재 KBO리그 위기는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드물거나 시즌 30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강타자가 고갈되고 있어서가 아니다. 정지택 총재와 야구위는 대단히 큰 착각에 빠진 듯하다. 정작 ‘우물 안 개구리’는 KBO리그 자체가 아니라 야구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작금의 위기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 하락이 원인으로 꼽힌다. 상위권 신인 지명 선수들조차 기본기가 덜된 선수들이 태반이다. 그립을 잘못 잡거나 수비 때 잘못된 풋워크 등을 하는 프로 선수도 많다. 초엘리트 선수 몇 명을 핀셋 육성한다고 타개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내 학교 운동장이 ‘셧다운’되면서 일부 선수들은 레슨장에서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내 야구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이유도 한몫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문 경기 등으로 비어 있는 프로 1, 2군 구장을 초중고 야구부에 임시 빌려주는 식의 열린 정책이 나왔어야 했다. 이것이 ‘프로-아마 상생방안’이다.

아마추어 육성 방안도 보편적 시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우 초·중·고 단계별, 수준별로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한 학부모는 “프로에서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에게 일일레슨을 받았는데 아이에게 홈런스윙을 가르쳤다. 정작 아이 수준에서 필요했던 것은 레벨 스윙이었는데 못 가르쳤다”고 했다. 아마추어 야구부의 경우 재정적으로 포수, 수비·주루 코치를 따로 둘 수 없는 곳이 많다. 이런 상황 타개를 위해 순회 코치진을 두고 일선 지도자들의 권한을 침범하지 않는 한에서 일일레슨을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순회 코치진의 경우 프로 이름값 등을 배제하고 실질적 도움을 줄 만한 지도자로 꾸린다면 장차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야구는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잔인한 현실을 마주했다. 하지만 단기적, 요행적 해결 방안은 한국 야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상위 1%가 아닌 하위 99%를 위한 정책만이 장기적으로 리그의 존립 기반인 아마추어 야구를 더 튼튼하게 할 수 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만 숲은 번창한다. 한두 그루 나무가 숲을 살리지는 않는다.

스포츠 팀장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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