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주도 '빈집' 사업, 벌린 건 많은데 실효성은 '글쎄'

허지윤 기자 2021. 9. 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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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빈집 151만호..공공플랫폼 빈집 매물은 924호

정부 산하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빈집을 재생하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9일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따르면 이 날 현재 빈집정보시스템인 ‘공가랑’에 등록된 전국 빈집은 924가구에 그친다. 작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공가랑은 빈집 거래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12억여원을 들여 구축한 것이다.

등록된 빈 집 상황을 보면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전북 518가구, 경남 115가구, 울산 106가구, 전남 77가구, 경북 63가구, 강원 40가구, 충북 4가구, 충남 1가구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그 외 지역은 등록된 빈집 매물이 아예 없다.

반면 통계청이 올해 7월 발표한 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사는 사람이 없는 ‘빈 집’은 151만1306가구에 달한다. 공가랑에 등록된 물건이 극히 미미함을 알 수 있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경기도에 빈집이 27만2000가구(18%)로 가장 많고, 경남이 15만1000호(10.0%), 경북 14만호(9.2%) 순이다. 공가랑에 등록된 수치와는 전혀 다른 분포다.

LX 공가랑에 등록된 빈집 매물 정보. /LX홈페이지 캡처

정부는 2017년 2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빈집특별법)을 제정하고, LX를 빈집 실태조사 대행기관으로, 한국부동산원을 빈집 정비·도시재생지원기구로 지정하는 등 각종 빈집 활성화 사업들을 펼쳐왔다. 빈집이 많은 농어촌도시를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사업, 농어촌 빈집 활용 숙박 사업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성공사례로 꼽을 만한 변화를 찾기는 어렵다. 이에 공공이 주도하는 빈집 활성화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최근에는 ‘국민참여형 빈집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민간의 아이디어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공이 주도하는 빈집 정책이 실효성을 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인구유출이 심화하는 농어촌 지역에서 늘고 있는 빈집은 주택과 사람의 미스매칭으로 생겨나는 것”이라면서 “즉, 사람들에게 외면받은 집 문제를 공공이 주도해 살리는 것은 쉽지 않고 예산 투자 대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 논리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농어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빈집 증가는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추세라는 점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빈집에 관한 다양한 정책들의 경제적 효과와 효율성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토연구원은 빈집 문제 증가 추세에 따라 공공 주도의 빈집 정비 외에 소유자의 자발적 관리를 유도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빈집 세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 제도상 빈집은 철거하는 것보다 내버려둘 때 재산세가 더 적게 부과되는 구조다. 빈집을 철거하면 재산세 과세 대상이 ‘주택’에서 ‘토지’로 바뀌는데, 토지 세율이 주택 세율보다 두배 정도 높다. 이에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빈집을 관리하기보다 방치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다예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빈집 문제를 경험한 국가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빈집 관련 세제를 개편·도입해 실질적인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빈집 소유주의 자발적인 관리를 촉진하고 빈집을 활용 가능한 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 빈집 세제의 개편·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위해성이 높은 특정 빈집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택용지에 적용하던 과세특례를 없앴다. 소유자 사망에 따른 주택 방치를 최소화하고자 상속 시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도 도입했다. 영국은 저렴한 주택의 확보를 위해 2년 이상 비어있는 주택에 지방정부세(Council Tax)를 최대 50%까지 추가로 부과하는 지방정부세 중과세 정책을 2013년부터 시행했다. 2018년 이후로는 비어있는 기간에 따라 과세 비율을 차등적으로 높이는 법안을 추가로 시행하며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후 비워두는 사람들이 늘어 주택난이 가중되자 2016년에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장기임대주택 재고를 늘리기 위해 빈집세를 도입했다. 연중 6개월 이상 비어있는 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과세표준의 1.25%를 부과한다.

이다예 부연구위원은 “▲철거가 필요한 노후·불량 빈집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산세 과세 대상 조정·철거 시 재산세 감면 ▲활용 가능한 빈집의 정비 활성화를 위한 양도소득세 감면과 빈집정비사업 부가가치세 감면 ▲상태가 양호한 투기 목적 빈집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재산세 중과세 등의 방향을 제안한다”면서 “세제 개편·도입 검토 시 효과와 부작용을 충분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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