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온라인 아트 판 커지며 미술투자 열풍..주식처럼 '소문'에 사면 낭패

장재선 기자 2021. 9.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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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코로나 시대 뜨거운 ‘아트 테크’

새 투자처로 각광 받으며 MZ세대도 컬렉팅… 신진 작가 유행 올라타기보다 스스로 좋아하는 작품 사야

갤러리 자주 방문하면 저평가된 작품보는 안목 생겨… 미술품 분할소유·NFT 투자 놓고는 “주목” vs “신중” 의견 갈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문화예술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술 시장은 예외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 수집가들이 가세하면서 시장의 끓는점이 100도를 넘겼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미술 시장은 왜 달아오르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컬렉터는 어떻게 해야 ‘아트테크’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술 시장 호황 왜? = 케이옥션과 더불어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은 지난 3월부터 매달 경매를 열고 있다. 석 달에 한 번씩 개최하던 경매 시기를 바꾼 것은 그만큼 매출이 따라주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올 상반기 낙찰 총액은 1309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총액 517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경매 열기는 하반기에 더 뜨거워지고 있어서 양대 회사의 올해 매출은 3000억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트페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화랑미술제는 방문객 4만8000여 명, 판매액 72억 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였다. 4월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도 판매액 65억 원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5월에 열린 ‘아트부산’ 역시 350억 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한국화랑협회 주관으로 내달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참가를 신청한 갤러리가 여느 해에 비해 훨씬 많다는 것이 협회 전언이다.

개별 화랑들도 시장 열기를 실감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완판 전시 소식이 들려온다. 대형 갤러리에 비해 중·소 화랑들은 상대적으로 열기가 덜하고, 일부는 침체가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시장 부흥의 기운으로 들썩이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 수집가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런 열기는 부동산, 주식 호황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자금이 미술 시장을 겨냥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아트 파이낸스(Art Finance)를 연구해 온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동산 규제가 강화하고 주식, 비트코인 가격은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미술품을 대체 투자재로 보는 경향이 커졌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갤러리와 아트페어는 오프라인 전시를 줄이는 대신에 온라인 뷰잉룸을 크게 늘리면서 컬렉터들과의 소통을 오히려 넓혔다. 젊은 수집가들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매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미술품을 새로운 투자처로 여기는 ‘아트테크’ 붐이 일어났다.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총괄디렉터(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는 “MZ세대 컬렉터들은 아버지 세대와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려 한다”며 “자신의 가치, 스타일에 따라 투자하고 소비하는데, 미술품이 자본 투자와 문화 소비를 겸하는 대상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시아의 중심이었던 홍콩 미술 시장이 정치 상황으로 위축되면서 한국이 새롭게 부상한 것, 이건희 컬렉션 여파로 수집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 등도 영향을 미쳤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미술관 방문이 수시로 화제를 끈 것과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예술이 세계적으로 관심 대상이 된 것 등도 젊은 층이 미술 시장에 관심을 두게 된 요인이 됐다.

◇컬렉터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아트테크의 정도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사라”는 것이다. 문화콘텐츠 투자 자문을 하는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는 “미술 컬렉션은 영혼이 있는 황금을 수집하는 헌팅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구매한 작품의 값이 올라서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게 최상이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샀다면 심미적 만족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수석경매사)도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진본을 소장할 수 있는 게 미술품”이라며 “자신이 볼 때마다 즐거울 수 있는 작품을 사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경매시장에서 신진 작가 작품이 기존의 몇 배에 팔렸다는 뉴스를 보고 덩달아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초보 수집가들은 이를 크게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 시장에서처럼 가격 상승이 뉴스가 될 정도면 고점이어서 팔아야 할 시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이사는 “2006년, 2007년에도 지금처럼 미술 시장이 부흥하며 신규 수집가들의 유입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때 가격이 치솟았던 신진 작가들이 지금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유행 편승을 경계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금산갤러리 대표)도 “2006년, 2007년도에 경매시장에서 떴던 작가들의 현재 상황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경제, 문화권에 들면서 미술 시장도 훨씬 커질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연착륙하려면 시장이 차분히 성장해야 한다”며 “수집가들은 오랜 시간 시장에서 인정받았으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작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술품을 귀로 사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당부다. 소문에 들뜨지 말고 스스로 차분하게 공부해서 자신의 안목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연화 디렉터는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기업 내용을 속속들이 살피는 것처럼 미술품도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도록 오랜 시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목을 키우기 위해선 미술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꾸준히 들여다봐야 한다. 미술 관련 단체의 강좌를 수강하는 것도 좋다. 한국화랑협회가 이달과 내달에 여는 ‘새로운 시대의 뉴컬렉터, MZ’는 그 보기다.

경매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뷰잉룸 등을 살펴 시장 흐름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트페어와 갤러리를 자주 방문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술관은 관람료가 있지만, 매매를 업으로 하는 화랑은 무료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품 1차 유통 시장인 갤러리에 자주 들르면, 예술성과 시장성을 인정받는 유망 작가들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현재 작품값은 높지 않지만 동료 작가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유망 작가들에 대한 선구안도 키울 수 있다.

근년에 새로운 투자 경향으로 등장한 ‘미술품 분할 소유’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미술품은 최소 투자 금액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다수의 투자자가 함께 구입해 그 분할 소유 증서를 갖는 것을 효율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에 소액 투자를 하면 위험성이 적으니 신중한 선택을 하지 않는 단점이 있어서 투자 방법으로 좋지 않다는 이론도 있다. 후자 시각을 보인 홍기훈 교수는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형식으로 아트테크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쌓아나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술계 화두로 부상한 NFT 작품 구매에 대해서도 찬반이 나뉘었다. 현재 유행을 타지만 디지털 소장 형식인 탓에 그 가치가 계속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과 메타버스 기술 등의 진전에 따라 메인 스트림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맞섰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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