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방란 "고교학점제는 논란 있지만 가야할 길..서술형 수능 도입도 함께 논의"

박정경 기자 2021. 9. 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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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고교학점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현안 인터뷰 -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고교학점제, 현재 중2부터 적용

여건 미흡 탓 현장 반응 냉소적

제도에 대한 이해 높이기 노력

완급 조절은 가능…폐지 없을것

대학기본역량진단 공정성 노력

대학 발전 위한 정책 연구 토대

코로나 탓 학력 격차 문제 심각

사회적 관계속 돌봄망 구축해야

인터뷰 = 박정경 기자

문재인 정부의 1호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가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3년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올 2월까지만 해도 고교학점제를 2025년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도입 시기를 사실상 2년 앞당겼다. 교육 현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월 교사 2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2.3%는 ‘고교학점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고교학점제는 시작 전부터 교사와 학부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 교육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류방란 원장은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보수·진보 진영과 무관하게 학점제 도입은 미래 교육의 방향”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마련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고등학교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여건이 갖춰지면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컨설팅을 비롯해 대학기본역량평가, 교육 양극화 추이 분석 등을 통해 한국 교육의 혁신에 필요한 교육정책을 연구·개발하며 한국교육의 일선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류 원장을 만나 최근 교육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양대 교원단체가 고교학점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등 학교 현장의 반응이 좋지 않은데,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까.

“교사들이 고교학점제를 반대하는 건 여건 미흡 때문이지 취지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원단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나 선도학교와 같이 미리 고교학점제를 경험한 학교의 경우 반대의 비율이 낮아진다. 지난해 개발원에서 실시한 교육여론조사에서 고교학점제는 유아교육 공공성이나 대입 공정성 강화처럼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정책과제에 비해 고교학점제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반영하고 있는 ‘2022 교육과정’ 개편이 정권교체기에 이뤄지고, 교원단체의 반대 여론도 있다 보니 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2009 개정 교육과정’에 고등학교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여건이 갖춰지면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겠다고 했고, 2014년에는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의 한 요소인 성취평가제를 도입했다. 이건 보수·진보 진영과 무관하게 고교학점제 도입을 미래 교육의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완급 조절은 모르겠지만 정책이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대입제도 개편 방향은 어떻게 보고 있나.

“주로 성적을 포함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식과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습자를 위한 서술형이나 논술형 성격의 수능 도입이 논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래형 교육은 개개인의 적성, 관심사, 진로 등을 고려한 개별화 교육이 필요한데, 고등학교에서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원하는 진로에 맞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입시나 교육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대입제도 개선과 고등교육 혁신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사회 정책적 변화도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평가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대학도 있는데.

“대학 기본역량진단이 도입된 배경과 취지를 잘 짚고 있어야 한다. 역량진단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학령인구의 감소가 예상되는데, 시장에 의한 조정과 경쟁을 통한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에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도입됐다. 이러한 판단은 현재도 유효하다. 1주기 평가를 마친 후, 2018년 2주기부터는 대학의 자율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정원감축보다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대학을 대상으로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대학이 자율적 계획에 의해 교육의 질 향상을 꾀하도록 했다. 대학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육혁신을 추진해 교육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인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환원율, 학생 학습역량 지원, 진로지원, 취·창업 지원 등에서 개선이 있었다. 진단 결과를 근거로 막대한 재정지원사업이 투자되는 만큼 KEDI는 역량진단 내용과 방법, 절차 면에서 타당성, 공정성, 형평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필요시 대학의 발전을 위해 진단의 결과를 토대로 컨설팅하고 관련 정책 연구를 추진할 것이다.”

―올해 ‘지방대 위기’가 그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다. 관련 해법이 있을까.

“지방대학 위기는 대학의 문제를 넘어 국가 균형발전, 공공성과 책무성 강화의 키워드로 접근해야 한다. 산학협력 강화, 기업, 학교, 시민단체와의 협력 등 지역사회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대학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 지방대 문제는 전반적으로 건전한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길러낸 인재나 창출한 지식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낮아지고 대학 졸업장의 가치도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인데, 대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는 자구적 혁신을 하고, 정부는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재정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내년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두고 ‘정권 편향성’ ‘옥상옥’ 구조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을까.

“장기적이고 일관된 교육개혁을 추진해 교육의 자주성과 중립성을 회복하자는 요구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사회적 협의에 기반할 때 안정되게 추진할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내 국민참여위원회는 교육체제 혁신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사회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고, 시민 참여와 사회적 협의를 진행하는 역할을 핵심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국민참여위원회가 민주적으로 집단 지성을 발휘하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될 것이다. 올해 지방교육자치 30년이 됐다.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상할 때 유초중등교육의 권한 이양과 같은 교육거버넌스 전반의 지형 변화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취지를 구현하도록 출범 초기에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의제에 대해 사회적 협의를 통해 개혁 방향을 제안하는 등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면 좋을 것 같다.”

―코로나19발 학생들의 학력 격차 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중장기적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평생학습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가 기초학력을 갖추지 못하는 건, 미지의 험지를 헤쳐 나아가야 하는데 신발도, 나침반도 없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없던 격차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던 문제를 더 심화시킨 것이다. 학력 격차를 분석한 선행의 연구들은 학력 차이를 낳는 가장 큰 요인으로 가정배경, 그중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격려하며 기대하는 등의 가정에서의 지원 요인을 꼽는다. 등교하지 못한 채 가정에서 원격 수업을 하는 상황에서 가정에서의 이 지원 요인의 영향력이 증폭됐다고 할 수 있다. 또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채 비대면 원격수업을 해야 했던 학교의 상황에서 조금 더 학생 개개인에게 피드백을 주며 새로운 교수 학습 방법을 시도했던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차이도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낳았을 것이다. 학업손실 극복에 주목한다면 첫 단추는 기초학력이나 학업손실 부분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이다. 학교에서는 개별 학생의 처지나 특성 등과의 관련성 속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해 개별화 교육을 제공하며 자기주도성을 키워줘야 할 것이다. 기초학력 성취에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은 대부분 다양한 복합 요인을 가진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가정의 영향력이 증폭되지 않도록 생활권 단위에서 주민자치센터, 마을 도서관, 지역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방임되는 아동을 최소화하고 소규모로라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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