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암 생존자들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암 치료 후 일상으로 복귀한 암 생존자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스트레스’와 ‘피로도’였고, 또 이는 ‘가족(남편, 자녀 등)’과 연관이 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전미선 교수팀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암 치료 종료 후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 내원한 322명의 설문조사와 개별 인터뷰 내용을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와 염려가 무엇인지 분석했다. 대상자의 약 80%는 여성 유방암 환자로, 대부분 50세 미만 젊은 환자였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4년~2018년 모든 암의 5년 생존율은 70.3%다. 즉 암 환자 10명 중 7명이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암으로 인한 가족과의 갈등, 실직, 치료 후 후유증, 합병증, 이차암 발생, 재발에 대한 두려움, 우울·불안, 암 환자에 대한 편견 등 암 생존자가 겪는 어려움과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연구방법은 대상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들과 건강, 스트레스, 통증, 피로, 불면, 불안, 우울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하여, 단어들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수치화하고, 단어의 빈도 및 연관성을 계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맵<그림>을 작성해 단어들 간 연관성과 중요도를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가장 자주 언급되거나 힘듦과 연관있는 키워드(key word)는 ‘스트레스’와 ‘피로’였고, 다른 언어들과의 상관성도 아주 높았다. 또 이들 스트레스와 피로도에 많은 영향을 주는 단어들은 가족과 관련된 즉, 가족, 남편, 자녀 등이었다. 실제로 가족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한 암 생존자들에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피로도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내가 없으면 우리 아이들은 누가 돌보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쉬고 싶다’ ‘가족들은 내가 다 나은 줄 알고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아 서운할 때가 있다’ 등으로 응답해, 의학적으로 암 치료는 끝났지만 일상에서 ‘엄마’ ‘아내’ ‘며느리’ 등의 역할 수행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며, 특히 가족 간 대화나 지지가 없는 위기 가족에서는 더 큰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장을 맡고 있는 전미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 진단 후 정신적·육체적으로 길고 힘든 치료과정에서 가장 힘이 되고, 도움이 될 것 같은 가족이 오히려 다양한 갈등, 부담감, 걱정의 요인이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암 발생률이 감소 추세지만 기대수명 기준으로 암에 걸릴 확률이 3명중 1명으로, 살다보면 우리 가족 누군가는 암 환자일 수 있다. 암 환자에게 가족의 따뜻한 응원과 도움이 필요하며, 암 생존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족 참여 교육 및 프로그램 활성화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였다.
2017년 7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국립암센터 및 12개 권역별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아주대병원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는 암 생존자가 건강하고 더 나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 심리요법 △ 운동·영양교육 △ 만성질환관리 △ 사회복지 정보교육 △ 이완명상 △ 부부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암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저널 ‘BMC cancer’ 에 ‘Factors to improve distress and fatigue in Cancer survivorship; further understanding through text analysis of interviews by machine learning(암 생존시 고통과 피로를 개선하기 위한 요소; 머신러닝에 의한 인터뷰의 텍스트 분석을 통한 추가 이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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