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개의 날, 개 [만화로 본 세상]

2021. 9. 29. 09: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P- 개의 날」과 <개> 를 '개'추천하며
[주간경향]

며칠 전, 최근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가 된 김보통 작가의 「DP- 개의 날」을 다시 펼쳐 보았고, 얼마 전에는 김금숙 작가의 〈개〉를 구매해 홀린 듯 단숨에 읽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최근에 읽은 두 만화의 제목에 ‘개’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 재미있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DP- 개의 날」(김보통 지음)과 <개>(김금숙 지음)의 표지


「DP- 개의 날」은 김보통 작가가 군 복무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만화다. 작가는 군사경찰(구 헌병)에 속한 근무이탈체포전담조(Deserter Pursuit)로 탈영한 병사들을 찾는 임무를 맡았다. 마치 형사가 범인을 찾듯 그는 탈영한 병사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만화가 수사물의 포맷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유심히 봐야 할 지점은 탈영한 병사들의 사연과 군대 내부의 폭력에 대한 지적이다. 작가는 제목에 ‘개의 날’을 붙인 이유에 대해 몇가지 기록을 주며 탈영병을 잡아오라는 명령이 마치 사냥개에게 목표물의 냄새를 맡게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라고 밝혔다. 범인을 쫓는 주인공들 역시 커다란 권력과 구조 안에서는 약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DP- 개의 날」의 ‘개’는 부정적 의미로 쓰였다.

김금숙의 〈개〉 역시 실제 작가의 삶에서 이야기를 따온 그래픽 노블이다. 작가는 펫숍에서 당근이를 입양하며 반려견과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더 완벽한 동거를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한다. 어느 날은 이사한 집 앞에 누군가가 강아지를 버리고 갔다. 둘째 감자와의 만남이었다. 철창에 갇힌 강아지가 마음에 걸려 결국 세 번째 반려견 까미도 가족이 됐다. 〈개〉는 반려견과 산책하며 시골에 사는 다양한 개들과 마주치고 그 장면을 스케치한 작품이다. 여기에 나오는 다양한 개들의 처지는 각기 다르다. 작가와 동거하는 개들은 인간의 동반자이지만, 마을 누군가의 ‘개’는 평생 어딘가에 묶어두는 보초 역할에 불과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누군가의 보신용 음식재료가 되기도 한다. 침착하게 작가는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 속의 단어 ‘개’는 가치 중립적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면서 많은 신조어가 생겼다. 그중 가장 흔하게 쓰이는 ‘개’라는 접두사가 있다. 개살구, 개꿈, 개죽음에 쓰인 부정적 의미의 접두사 ‘개’가 의미제약이 소실돼 ‘매우, 아주, 많이’ 같은 강조 의미의 신조어 접두사 ‘개’로 변화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원인에 개(犬)에 대한 인식변화가 있었다는 의견이다. 명확한 근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아도 현대사회에서 개의 신분 상승과 접두사 ‘개’의 의미확장이 무관하진 않은 것 같다(원래의 접두사 ‘개’의 어원은 ‘거짓’의 원어 ‘갖’이 변화한 것이라는 연구가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 언어도 변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군바리’라는 말이 어색해지고, 처음 ‘개의 날’이라는 제목을 본 누군가는 운수 좋은 날에 대한 작품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개〉에 나오는 동물 학대의 기록이 동굴 속 벽화처럼 생경하게 느껴지는 날이 와도 좋겠다. 두 만화를 ‘개’추천하는 지금이 어색해지길 바란다.

황순욱 초영세 만화플랫폼 운영자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