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스니스트리아의 말벌, 레알도 무너뜨렸다

황민국 기자 2021. 9. 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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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게티이미지코리아


‘별들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선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별칭)만 13번을 들어올린 스페인 명가 레알 마드리드가 안방에서 무너졌다.

FC 셰리프 티라스폴은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1~2022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야수르벡 야흐시보예프와 세바스티엔 틸의 연속골을 묶어 레알 마드리드를 2-1로 눌렀다.

조별리그 2연승을 질주한 셰리프는 개막 전 최약체라는 예상을 깨며 D조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셰리프는 약팀의 정석인 수비에 이은 역습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볼 점유율(3 대 7)과 슈팅(4개 대 30개)에서 모두 약세였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셰리프가 전반 25분 야흐시보예프가 헤딩 선제골을 터뜨린 것이 기적의 시작이었다. 셰리프는 후반 20분 카림 벤제마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줬으나 종료 직전 틸이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내 팀 상징인 말벌처럼 레알 마드리드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셰리프의 캡틴인 프랑크 카스타네다는 경기가 끝난 뒤 “레알 마드리드는 최고의 팀이지만 축구는 11명과 11명이 싸운다.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고, 결승골의 주인공 틸은 “우리는 정말 좋은 경기를 했고, 운좋게도 내가 놀라운 골을 터뜨렸다”고 활짝 웃었다.

셰리프는 대외적으로 동유럽 몰도바를 대표하는 팀이지만, 사실은 독립 투쟁을 벌이는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자랑거리다. 몰도바와 거리를 두고 있는 셰리프는 주전 대부분이 브라질과 가나, 페루, 룩셈부르크, 말라위,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인 선수들로 짜여있을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반대로 몰도바 출신은 단 6명. 1997년 창단한 셰리프가 21세기 들어 몰도바 축구리그(디비지아 나치오날러)에서 우승컵을 놓친 것은 단 2번이 전부다. 덕분에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올해 제대로 사고를 쳤다.

셰리프는 유럽챔피언스리그 1차예선부터 거침없이 질주했다. 본선 진출의 마지막 고비였던 플레이오프에선 크로아티아 최강으로 불리는 디나모 자그레브를 만났는데, 1~2차전 합계 3-0으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셰리프의 질주는 본선에서도 유효했다. 당초 조 추첨을 벌일 때만 해도 셰리프는 레알 마드리드와 인터 밀란, 샤흐타르 도네츠크에 이어 꼴찌로 탈락이 점쳐졌다. 그러나 셰리프는 첫 판에서 우크라이나 명문 샤흐타르를 2-0으로 누르더니 우승 후보 레알 마드리드까지 꺾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한 유럽베팅업체는 셰리프가 레알 마드리드에 승리할 경우 19배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로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3차전에서 만나는 이탈리아의 인터 밀란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국내에선 셰리프 출신 외국인 선수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의 상징이기도 하다.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골잡이인 무고사가 2018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하기 전까지 1년간 셰리프에서 활약했다. 브라질 출신으로 빠른 발을 자랑하는 레안드로도 2020년 서울 이랜드FC에 입단하기 전까지 셰리프에서 20경기를 뛰며 4골 3도움으로 우승에 기여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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