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02> '200년 눈엣가시' 카지노 규제 나선 中..홍색 규제, 홍콩 이어 마카오까지 휩쓸어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2021. 9. 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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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드게임' 돌입한 마카오 카지노
마카오의 리스보아 카지노 전경. ‘오락장’이라는 한자 표기가 눈길을 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200년 역사의 세계 최대 규모인 마카오 카지노가 기로에 섰다. 중국 경제·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공산당 정부가 마카오 카지노까지 본격적으로 규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카지노는 중국 내에서 불법인데, 아무리 ‘특별행정구역’이라고 해도 중국의 영역인 마카오에서 활개를 친다는 것은 모순이다. 중국 정부가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을 말살하기로 작심한 듯하다.

마카오 카지노의 쇠퇴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 관광산업 판도에 크게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관광객(유커)를 겨냥해 인천 영종도 등에 추진되고 있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마카오 특구정부는 지난 14일 ‘카지노 산업법’ 개정안을 공개하고 45일 동안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의견수렵을 한다지만 사실상 공개된 안이 최종안이 될 전망이다. 일단 지난 2001년 제정한 법률을 이번에 새로 고치겠다는 것이다. 법률 개정 형식을 취했지만 뒷배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개정안에는 도박 테이블 수 축소와 업체 직원 복지 강화 등의 내용이 있지만, 핵심은 카지노 산업 및 개별 업체에 대한 정부 감독의 강화다. 카지노 업체의 사내 이사에 정부 측 인사를 임명하고 주주에 배당금을 지급하기 전 미리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마카오 현지인의 해외 카지노 업체 주식 보유지분을 확대하도록 했다. 카지노 업체의 고용 상황을 엄격하게 조사하고 브로커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통해 “중국 정부가 외국계 자본이 중국인의 돈을 벌어간다는데 불만을 갖고 있다”며 “중국은 카지노 수익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마카오 정부는 카지노 사업 면허 발급 조건 등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마카오 카지노들은 20년짜리 영업 허가권을 갖고 운영하는데 이들의 면허가 오는 2022년 6월에 종료된다.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순순히 이의 갱신에 동의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직·간접적인 규제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과 달리, 중국 내에서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모든 카지노는 불법이다.

이번 법률 개정이 곧바로 글로벌 카지노의 초대형 악재로 인식되는 이유다. 미국 카지노 자본들은 그동안 마카오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고 지난 2019년 기준 라스베이거스샌즈의 실적에서 마카오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나 됐다. JP모건은 마카오 카지노 관련 종목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 혹은 ‘비중축소’로 끌어내렸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시장분석가는 “마카오 규제 강화로 외국 투자자의 불안감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 윈카지노 밖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들은 테마파크 같은 형태로 비(非)카지노 손님들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카오 카지노의 시작은 지난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대항해 시대 중국으로 진출한 포르투갈 인들이 1553년 당시 명나라 조정의 암묵적 승인을 받아 거주한 후 잇단 조약 갱신을 통해 아예 땅을 떼어내 받은 것이 마카오 역사의 시초다. 당시에도 뱃사람들의 도박은 성행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마카오 카지노는 이웃에 홍콩이라는 교역 경쟁자가 생기면서 비롯횄다. 중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1841년 홍콩을 획득한 후 경제력이 여기에 쏠리면서 마카오는 중국 교역망 중심에서 멀어졌다. 세금 수입이 필요했던 포르투갈 정부는 마카오에서의 도박을 허용했다. 1847년 마카오의 도박 합법화 법령이 나왔고 전문 도박장도 개설됐다.

현재와 같은 형식의 카지노가 생긴 것은 1961년이다. 이때 포르투갈 정부는 카지노를 ‘특수한 오락’으로 인정하면서 완전히 합법화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포르투갈의 식민지들이 하나둘씩 독립했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마카오는 포르투갈에 한층 더 소중해졌다. 이에 마카오를 ‘특수 영토’로 지정하고 거의 완전한 자치를 허용하면서 마카오 정부는 카지노 산업 육성에 목을 메게 됐다. 이것은 1997년 중국으로의 주권 반환 과정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주권 반환 이전에도 이미 마카오 경제는 중국화된 상태였는데 주권 반환 과정에서 분란을 원치 않았던 중국 정부는 카지노도 그대로 허용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로 통하는 도박장을 마카오에서는 ‘오락장’으로 부른다. 단순한 표기 순화뿐만 아니라 이미지 자체를 테마파크처럼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앞서 마카오 정부가 내놓은 ‘카지노 산업법’도 원래 명칭은 ‘오락장행운도채경영법률제도’(娛樂場幸運博彩經營法律制度·The legal system of lucky gambling operation in the casino)다.

마카오의 MGM 카지노의 도박 기계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간 수천만의 중국인들이 마카오에 들렀고 카지노를 즐겼다. 중국 내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공산화 이후로 카지노가 불법화됐지만 마카오에서만은 별개로 취급했다. 지금도 아침과 저녁에 마카오 세관에 가면 마카오를 들락날락하는 대규모 중국인들을 볼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마카오의 카지노를 금지하거나 적어도 중국인 출입을 못하게 한다면 바로 마카오 경제의 숨통을 끊는 것이 될 수 있다.

오히려 2001년 카지노의 독점권이 허물어진 이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의 카지노 자본이 몰려왔고 덕분에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은 한층 커지게 됐다. 실제 해외 자본들은 중국인들의 카지노 수요를 염두에 두고 마카오에 투자했다. 마카오 카지노 매출은 2006년부터 ‘원조’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앞서기 시작했다. 현재는 마카오가 라스베이거스의 4~6배 정도된다는 추정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이 ‘일국양제(한나라 두체제)’를 진행하는 홍콩과 마카오를 병칭하는데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마카오는 마치 중국 본토인 것처럼 친중이다. 이웃 홍콩에서는 유혈사태가 난 범죄자인도법(송환법) 소란도 마카오에서는 없었고, 국가보안법도 마카오에서는 이미 2009년 무난하게 법 제정과 시행에 들어갔을 정도다.

1970~1990년대 마카오의 카지노를 주름잡던 사람으로 스탠리 호가 있다. 그는 한때 마카오 카지노를 거의 대부분 소유하며 마카오 세금의 70%를 부담했을 정도로 거부였다. 그는 지난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과정에서 베이징 원명원에서 약탈돼 세계를 떠돌던 ‘말머리 동상’을 100억원에 사들인 뒤 2019년 중국 정부에 기부했다. 마카오 카지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의 반대급부였던 셈이다.

순풍에 돛단 듯 하던 마카오 카지노 산업은 2013년 시진핑 정부 들어 처음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반부패 드라이버가 확대되면서 카지노 이용객도 크게 감소를 한 것이다. 이후 다소 회복됐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닥쳤다.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중국과 마카오가 중국인의 마카오 입국을 제한하면서 다시 카지노 수입이 급감한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중국의 경기둔화도 악재가 됐다.

지난 2013년 마카오 경제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63%이었는데 지난 2019년에는 51%로 떨어졌다. 다만 카지노와 연계된 관광 산업 전체를 포괄할 경우 비중이 80%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중국의 규제는 마카오 카지노에 엔드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홍색 규제’를 통해 이른바 사회주의 개조를 이루려는 마당에 자국의 판도 내에 있는 영토에서 카지노를 인정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웃 홍콩에서도 카지노는 불법이다. 200년 동안 방치된 ‘불법’을 정상화한다는 대의명분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공동 부유’라는 구호를 내걸고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선언했으며 사교육을 폐지하고 빅테크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내 부패 척결에 뒷문이었던 마카오 카지노를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 중국 정부로서는 국가보안법 제정과 선거법 개정을 통한 민주파의 말살로 홍콩을 완전히 장악한 이후 마지막 남은 마카오로 눈길을 돌리는 셈이다. 즉 마카오 카지노에 대한 초강력 규제는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게임의 ‘수렁’으로부터 아이들을 끌어내고 있다는 관영 매체의 삽화. 카지노로부터 자국민을 끌어내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신화연합뉴스

마카오의 탈(脫)카지노 정책은 이미 상당히 진행 중이다. 중국은 지난 2019년 중국 남부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 등을 묶어 ‘웨강아오 대만구’라는 하나의 경제 벨트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 계획에 마카오의 주력 산업인 카지노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마카오에 카지노 대신 경기장이나 컨벤션 센터, 테마공원 등을 건설해 새로운 경제성장 구조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카오 정부도 사업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에 ‘마카오 증권거래소’ 신설을 요구한 상태다. 이웃 홍콩의 증시와 겹친다는 우려도 있지만 카지노 산업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마카오에 중국과 포르투갈어권을 연결하는 금융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금융산업을 키울 경우 지나친 관광의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마카오 카지노 규제는 한국·싱가포르·일본 등 중국인들에게 의존해 카지노 산업을 육성하려는 국가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한국도 인천 영종도에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추진하는 등 카지노 산업 육성에 노력해 왔다. 이들 카지노 이용자는 유커고, 카지노 리조트 건설 자본은 미국과 중국 카지노업계에서 유치한다는 ‘설계’가 있었다.

마카오 카지노의 쇠퇴로 주변의 다른 지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도박산업 규제가 결국 유커들의 해외에서의 카지노 이용 감소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마카오든 어디서든 도박을 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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