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같은 로봇, 집안 감시 드론.. 아마존이 가정용 기기 대거 공개한 이유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1. 9. 2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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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아마존이 28일(현지시각) 공개한 하드웨어 기기들. /아마존

아마존이 28일(현지시각) 강아지 닮은 가정용 로봇, 집안 곳곳을 날아다니며 감시하는 드론, 화상통화를 하며 통화자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기 등 스마트홈 관련 하드웨어 기기를 대거 공개했다. 기존 출시하던 하드웨어 기기를 대거 업데이트하고, 아직은 실용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스마트폰 하드웨어 시장에서 실패한 아마존은 대신 스마트홈 시장을 지배하기를 원한다”며 “무엇이 시장에 먹히는 지 많은 것을 출시해 테스트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최근 구글·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은 화상회의와 스마트홈 관련 기기를 대거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가정 내 IT기기 수요가 늘어난 것을 감안해 자사 서비스에 특화한 하드웨어를 출시하며 시장 장악력 확대를 노리는 전략이다.

아마존의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아마존

◇집안 지키는 강아지 같은 로봇 아스트로

이날 아마존이 공개한 기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0인치 크기의 화면을 갖춘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다. 이 로봇은 ‘아스트로’라고 부르면 반응한다. 아마존이 약 4년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에는 동그라미 2개로 로봇의 눈을 형상화했다. 높이는 44㎝, 무게 9.35㎏으로, 작은 강아지라 생각하면 쉽다.

“아스트로, 따라와”하면 로봇이 말한 사람을 졸졸 따라오고, “이걸 누구에게 갖다줘”하고 아스트로 뒷공간에 물건을 실으면 자동으로 배달한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인 ‘알렉사’와 연계돼 전화 통화와 메시지 알림 등도 가능하다. 5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렸고, 외출 시 앱을 통해 아스트로를 원격 조정해 집 안을 살펴볼 수도 있다. 아스트로는 1m 길이의 잠망경이 탑재돼 있어, 높은 선반에 있는 물건들도 확인할 수 있다. 아스트로는 유리 깨지는 소리, 연기 등을 자동 감지해 집 안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람에게 알림을 보낸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고, 한번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한다. 가격은 999.99달러(약 119만원)로 별도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판다. 미국 50개 주로만 연말에 배송해준다. 외신들은 아마존의 아스트로가 기능상으로는 기존에 나왔던 가정용 로봇과 큰 차이가 없지만, 아마존이 해당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IT 매체 더버지는 “아마존은 5~10년 안에 모든 사람이 집에 일종의 로봇을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스트로는 경쟁자들이 넘쳐나기 전에 아마존이 먼저 앞서나가려는 시도”라고 했다.

화상통화를 하며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기인 아마존 글로우. /아마존

◇영상통화하며 게임하고, 집 곳곳 나는 드론도 출시

아마존은 이날 영상통화를 하면서 투사형 프로젝션을 통해 통화자와 게임을 하거나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아마존 글로우’도 선보였다. 8인치 화면을 단 이 기기는 터치를 감지할 수 있는 19인치 크기의 특수 매트 위에서 통화자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존은 “수천권의 책과 대화형 게임, 그림 그리기 등을 통화자와 함께할 수 있다”며 “이는 멀리 떨어진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의 가정용 감시 드론. /아마존

아마존은 또 자사 스마트홈 기기 제조업체 링에서 작년 선보인 가정용 드론을 기능을 강화해 추첨을 통해 실제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특정 시간과 장소를 설정하면 네모난 충전도크에 있던 드론이 날아올라 집안을 누빈다. 비행 중 자동으로 녹화되고 사용자는 앱을 통해 비행 중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아마존은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스마트 손목밴드인 할로뷰, 영상 통화가 가능하고 벽에 걸 수 있는 스마트 디스플레이 에코쇼15, 가정용 스마트 온·습도 측정기 등도 선보였다.

스마트 디스플레이 에코쇼15. /아마존

◇하드웨어 강화하는 빅테크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하드웨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은 휴대용 화상통화 기기인 ‘포털 고’와 ‘포털 플러스’를 출시했다. 페이스북이 3년 만에 선보인 새로운 화상통화 기기다. 포털 고는 10인치 화면에 1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와 스피커를 탑재했다. 거치식으로 충전하다가 들고 이동할 수도 있다. 이달 중순 구글도 구글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구글 미트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27인치 화면을 가진 ‘시리즈 원 데스크 27′과 65인치 대형 스크린의 ‘시리즈 원 보드 65′를 출시했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세상을 장악한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하드웨어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자사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값싸게 내놓아 많은 사람이 사용하도록 하면, 그 안에서 자신들의 소프트웨어가 더 많이 활용되는 것이다. 이는 고객 사용 데이터 등 빅데이터 확보에도 유리하다. 쉽게 말해 먼저 기기를 시장에 깐 업체가 승리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날 아마존이 6개의 하드웨어 기기를 대거 쏟아낸 이유도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하드웨어 기기와 구독 서비스를 연계해 추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발표된 아마존의 많은 기기는 아마존이 이미 출시한 기존 하드웨어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월 구독료를 부과하는 아마존 프리미엄 서비스로도 고객을 유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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