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순항 특징 北미사일..軍 탄도특정 못하는 건가, 안하는 건가

장용석 기자 2021. 9. 2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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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 발사체에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사실상 탄도탄 규정
우리 군은 "정밀분석 중" 입장만 반복..'눈치보기' 논란 재연될듯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2021.9.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이 28일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단거리미사일 추정 발사체"의 종류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에 대해 즉각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고 미국 국무부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지만, 군 당국은 "정밀 분석 중"이란 답변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이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를 탐지·추적하는 과정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때 나타나는 특성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당국이 의도적으로 '탄도미사일' 표현 사용을 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처럼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9년 한 해 동안 13차례에 걸쳐 총 25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로켓포) 등을 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는 안보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위해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는 사항이지만, 2019년 당시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방사포 사격훈련을 문제 삼지 않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2018년 이후 '비핵화' 문제를 화두로 우리나라와 미국·중국·러시아 등과 잇달아 대화에 나서면서 약속했던 '핵실험과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는 계속 지키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제사회가 그동안 ICBM급을 제외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묵인'해온 관행도 이 당시 한미 당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방사포에 대한 한미 등 각국의 '무대응'이 "오히려 북한이 미사일 관련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올 3월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탄'(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개량형)'을 비롯해 이달 11~12일 시험발사했다는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사격훈련에서 선보인 열차형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 그리고 북한이 이날 쏜 "단거리미사일 추정 발사체" 모두 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따른 결과물이란 것이다.

북한은 작년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과 올 1월 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 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4ㅅ'과 '5ㅅ'을 공개하기도 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이번 '발사체'를 단거리미사일로 추정한 건 대북감시정찰자산에 포착된 비행거리와 고도 때문이다. 군 당국의 초기분석에선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와 고도 모두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사거리 200~240㎞·고도 30~50㎞)에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의 발사 후 궤적은 기존 단거리 탄도미사일·방사포와 달랐다. 한미 당국이 수집한 정보를 대조·분석한 결과 '발사체'가 순항미사일처럼 특정고도 이하를 오르내리며 비행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발사체'의 속도는 아음속인 일반 순항미사일과 달리 단거리 탄도미사일(마하 4~7)에 가까운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북한이 이번에 쏜 '발사체'에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특성이 모두 나타남에 따라 "그 종류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초기 형태의 극초음속 활공체(HGV) 시험을 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쏜 '발사체'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 아닌 HGV로 확인되더라도 안보리 위반 제재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HGV는 발사 후 정점고도에 다다를 때까진 탄도미사일과 마찬가지로 로켓 추진체를 이용하고, 이후 탄두가 탑재된 비행체가 추진체로부터 분리돼 목표물까지 활공하면서 날아가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왼쪽)과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단 10㎞를 날아가더라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썼다면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북한의 '발사체' 발사 뒤 긴급 소집된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선 합참으로부터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쏜 미사일의 제원 분석이 끝나야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석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북한 '발사체' 분석을 함께한 미국 측이 이미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단언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의 평가 '보류'가 계속될 경우 '북한 눈치 보기'란 비판을 부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앞서 25일자 담화에서 "우리(북한)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란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 측에 요구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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