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프리즘] 지방-수도권 '공존'하는 '공정' 공약을 보고 싶다

송인걸 2021. 9. 2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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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투자사업을 추진할 때 지방은 쉽게 외면당한다. 지방소멸 위기가 커지는데도 지방을 배려하는 ‘불공정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송인걸 충청강원데스크

대한민국의 새 정치 리더는 누가 될까.

요즘 톱뉴스는 내년 3월9일 치르는 제20대 대통령선거 관련 보도들이다. 대선 예비후보들은 여야 없이 한목소리로 ‘공정’을 주장한다. 공정한 정치를 통해 재판·부동산·입시·병역·취업·정보 등에서 관행으로 굳은 기득권층의 특혜를 타파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불거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서도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대리급 사원이 받은 거액의 퇴직금에 청년층이 공분하고 있다. 특혜를 처단하는 공정은 칼이 필요하다. 여야에서 ‘검술’이 뛰어나 보이는 후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런 맥락일 터이다.

공정이 열쇳말이 된 대선을 보는 지방민들은 착잡하다. 수도권보다 불공정한 일들을 더 겪었으면 겪었지 덜 겪지 않았을 텐데 공정에 환호하지 못하는 건 왜일까. 대선 후보라면 국가경영 철학, 병폐를 고칠 정책,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을 통해 국민과 공감하고 선택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로 다가온 지방소멸 위기에도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방을 배려하는 ‘불공정한 정책’을 언급하는 대선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이 기울어진 운동장 끝에 매달려 불공정하게 당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도시철도 신설은 대형 공공투자사업이어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다. 예타 결과는 대부분 수도권은 통과, 지방은 반려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비용 대비 효율(경제성)이 우수하지만, 지방은 사람이 없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단지 주거지가 건설되고 있으니 감안해 달라고 애원해봐도 정부는 입주가 끝나면 계획을 바꿔 내보라고 한다. 10~20년을 공들였는데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한다. 인구를 유입하려면 교통, 주거환경, 의료 인프라 등을 갖춰야 하는데 수도권에서 쓰는 잣대를 지방에 들이댄다. 사람 적은 지방이 사람 넘치는 수도권과 효율성을 놓고 경쟁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게 지방민이 보는 공정의 현주소다.

지난 7월5일에는 대전시가 마른행주 쥐어짜듯 마련한 먹거리를 중앙정부가 날린 일도 있다. 대전은 3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바이오기업의 협력·발전 과정을 벤치마킹해 대전형 ‘바이오랩’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대전 대덕특구의 정부출연 연구기관 및 민간 연구기관의 약 70%가 바이오와 관련 있고, 바이오벤처 사관학교로 불리는 한 민간기업연구소 출신 전문가와 카이스트 등에서 배출한 인력이 창업한 벤처가 499개가 있는 점이 배경이 됐다. 대전시는 용역을 거쳐 이 사업을 중앙정부에 제안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잘됐을까? ‘만만의 콩떡’이다. 중앙정부는 내용을 고쳐 전국 공모를 했고, 인천시가 최종 선정됐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대선 때만 되면 유력 후보 앞에 줄을 선다. 지역 현안이 공약에 반영되기를 간청하며 지지 약속도 한다. 그런데 그 후보가 낙선하면? 당선돼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런 불공정을 바로잡을 ‘공정’은 국가균형발전 정책 강화에 답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건설을, 앞서 박정희 정권은 수도 이전 백지계획을 각각 추진했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6월 한 신문사에서 개최한 행사 ‘2021 인구이야기 팝콘’에서 “전국 시·군·구의 66%가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에 직면했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따라 출산율을 늘리는 것에 한정하지 말고, 지역을 멋지고 살 만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연구원의 연구를 보면, 충남지역 행정리의 소멸지수는 2015년 51.2%(4317곳 중 2211곳)에서 2020년 71.1%(4392곳 중 3123곳)로 늘었다.

공존해야 사는 지방과 수도권이 목숨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한다는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다. 지방이 죽으면 다음은 수도권 차례다. 지방과 수도권이 ‘공존’하는 ‘공정’ 공약을 내놓는 대선 후보 어디 없는가.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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