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반도에서도 '아바나 신드롬', 美 스파이들 외국 근무 기피 현상까지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1. 9. 29.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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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보도 "여전히 현상 정확히 설명안돼"

미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세르비아에 복무하고 있는 미 요원이 심각한 부상을 당해 미 본토로 대피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요원은 ‘아바나 증후군’ 의심 증상으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아바나 증후군이란 원인 모를 두통, 이명(耳鳴), 어지러움 등을 동반하는 증세다. 그간 미국이나 러시아, 쿠바 등에서 관련 증상이 감지된 적은 있지만, 발칸 반도에서 증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WSJ는 전했다.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들에게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쿠바 괴질이라고도 불린다. 미 정보 당국은 이 증상이 특정 세력의 ‘극초단파(microwave)’ 음향 무기 공격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해외에 포진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관 및 스파이 요원들에 대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엔 인도와 베트남에서도 관련 공격 사례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정체 불명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미 국무부나 CIA등 해외 근무가 잦은 부처의 사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WSJ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외교관과 정보 요원들은 가족들을 걱정해 해외 근무를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6년 쿠바에서 처음 발견된 뒤 비슷한 증상이 중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전 세계에서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 및 정보 당국자에게서 나타났다. 작년엔 미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백악관 근처에서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발견됐다. 이달 들어 독일 베를린에서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들 중 최소 2명이 두통과 메스꺼움을 느껴 치료 받았으며, 미 정부가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은 2016년 이 증후군이 처음 등장한 이후, 국내외에서 외교관·정보 요원 및 가족 200여 명이 아바나 증후군을 겪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은 아바나 증후군이 미 외교관 및 정보 요원들을 겨냥한 계획적이고 지능적인 공격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 CIA(중앙정보국) 등 17개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 첩보 조직인 정찰총국(GRU)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CIA도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쫓았던 베테랑 요원을 내부 태스크포스(TF) 수장에 앉히고,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이 사안과 관련해 매일 브리핑을 받는 등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9년 아바나 증후군 증세로 고통받다가 은퇴한 전직 CIA 요원 마크 폴리머로풀러스는 WSJ에 “이는 VIP들의 해외 순방, 요원들의 해외 근무 등에 대한 직접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문이 현지 미 대사관 직원에게 발생한 아바나 증후군 의심 증상 때문에 약 3시간 지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사건이 해리스 부통령을 노린 것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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