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골프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19년전 PGA 첫 우승할 때만큼 기뻤다"

민학수 기자 입력 2021. 9. 2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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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美PGA챔피언스 우승한 최경주, 국내대회 참가 위해 귀국
/뉴시스

“한국에 올 때마다 고국에 간다는 들뜬 마음이 드는데 이번에 우승까지 하고 오게 돼 더욱 값진 귀국길이 됐어요.”

마스크로 얼굴 절반이 가려져 있는데도 최경주(51)는 입이 귀에 걸린 채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28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말 그대로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

최경주는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끝난 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트로피를 들고 웃는 듯 우는 듯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던 그는 “19년 전 PGA 투어에서 처음 우승할 때처럼 기뻤다. 지난 골프 인생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고 했다.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미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는 최경주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5월 50세가 됐고 15개 대회 출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최경주가 PGA 투어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1년 5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이후 10년 4개월 만이다. 최경주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신이 만든 골프장’이라 불리는 페블비치에서 꼭 한번 우승하고 싶었던 꿈이 이뤄져 기쁨이 곱절이 됐다”고 했다.

어니 엘스 조언으로 ‘노란색 볼’ 사용 - 최경주가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미 PGA 챔피언스투어(옛 시니어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챔피언 퍼트에 성공하고 두 팔을 치켜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최경주는 2주 전부터 어니 엘스의 조언으로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고 공도 잘 보이는 노란 컬러볼을 사용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태평양이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페블비치는 최경주가 멘토로 꼽는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죽기 전에 내 인생 단 한 번의 라운드를 한다면 당연히 페블비치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던 곳이다. 중학교에서 역도 선수를 하다 고등학교 때 뒤늦게 골프에 뛰어든 최경주는 니클라우스가 쓴 책을 보며 골프를 익혔다. 이런 최경주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 미 PGA 투어에서 뛰고 니클라우스가 주최한 대회에서도 우승하는 등 통산 8승을 거두며 상금 3280만달러(약 386억원)를 벌어들인 세계적 골퍼가 됐다.

최경주가 곧바로 귀국길에 오른 것은 그의 이름을 걸고 하는 국내 대회 일정 때문이다. 최경주는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경기도 여주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한다.

예전 같으면 호기롭게 우승이 목표라고 했을 최경주는 컷 통과가 목표라고 했다. 그는 “후배들의 기량도 예전 같지 않아서 경쟁하기 정말 쉽지 않다. 시차를 극복해야 하고 바쁜 일정이지만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몸과 시간 관리를 잘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께 이번 우승이 작은 위로와 기쁨이 됐으면 좋겠다”며 말을 맺었다. 최경주는 방역수칙에 따라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이 나온 이후 일정을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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