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추간공성형술 세계 첫 개발..중증 척추협착증 수술없이 치료
피부절개 없이 옆구리쪽에 삽입
고령자·통증 심한 환자에 적합
신경염증 줄이고 다리 시림 개선
통증의학 명의 문동언 원장 개발
척추관협착증 치료는 개개인의 척추 상태를 고려해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유산소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근력을 강화하면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시행한다. 통증이 심하고 보행에 장애가 있다면 '신경주사치료'가 필요하다. 신경뿌리가 엉겨 붙은(유착) 경우에는 꼬리뼈에 카테터를 넣어 유착을 뜯어내는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을 시행한다. 신경뿌리 염증만 치료하는 신경주사치료와 달리 카테터의 탄력과 풍선을 이용해 직접 유착을 분리한 뒤 신경뿌리 염증을 치료하므로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나 신경 유착이 매우 심하고,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나 신경뿌리가 나오는 통로인 추간공이 좁아진 경우에는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신경성형술 카테터나 풍선신경성형술 카테터를 좁아진 척추관이나 추간공으로 진입시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카테터의 탄력만으로는 신경유착을 뜯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척추관을 넓혀주기 위해 뼈를 잘라내고 나사못을 박는 수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당뇨나 심장병 등 여러 질환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은 전신마취를 받고 큰 수술을 하는 게 위험해 치료를 포기하는 분이 많다.
이런 협착증 환자를 수술 없이 치료하는 수술법이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대표원장(전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에 의해 개발됐다. 이 수술법은 '추간공성형술 키트(FORAMOON)'로, 국내외 의료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 원장은 지난 5월 22~2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국제통증학술대회에서 척추관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추간공성형술 시술법을 소개하고 실제 환자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영상을 공유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미국을 비롯한 10개국 연사가 초청됐고 외국인 100여 명을 포함해 학회 회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원장의 시연이 끝난 뒤 온라인으로 실시간 질문과 토론이 이뤄졌고 국내외 척추시술 의사들에게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 시술 중 출혈 및 통증 없고 시술 20분 내외로 짧아
추간공성형술은 수술하지 않고 특수키트를 옆구리 쪽 추간공에 삽입해 치료한다.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 인대를 제거하고 신경 유착을 뜯어냄과 동시에 관절 주위 뼈에 붙어 있는 흉터까지 긁어낼 수 있어 협착증의 근본 원인인 추간공과 척추관 크기를 확장하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시술 후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넓어지면 교감신경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돼 신경뿌리에 혈액 공급이 증가하고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해진다. 따라서 신경뿌리의 염증이 감소하고 하지 통증과 저림, 다리 시림이 개선되며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게 된다. 끝이 구부러진 기구를 추간공 뒤쪽으로 삽입해 치료하므로 앞쪽으로 지나가는 척수신경의 손상을 일으키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 인대만을 골라 절제할 수 있다. 추간공이 좁아진 외측협착증 외에 척추 중심관이 좁아진 중추성 협착증까지 치료할 수 있다. 기구 지름은 2.6㎜로 매우 가늘어 국소마취로 피부 절개 없이 시술할 수 있고, 시술 중 출혈이나 통증이 거의 없으며 시술 시간이 20분 내외로 짧아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보통 여러 마디의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좁아진 경우가 많은데 추간공성형술은 단 한 번의 시술로 양측 3마디씩 6개 추간공까지 치료할 수 있다. 이 키트에 포함된 풍선 카테터로 신경 유착을 제거하고 신경 염증을 치료해 척수신경 운동성을 정상으로 회복시킨다. 그러므로 단순히 추간공 크기만 키우는 추간공확장술과 달리 매우 효과적이다.
◆ 중증협착증, 신경성형술 실패, 수술 후 통증 환자에 효과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심하게 막혀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시술 후 효과가 없는 환자,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신경 통로가 좁아진 환자, 척추수술 후 통증이 지속되거나 재발한 환자, 수술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고령 환자나 지병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시행할 수 있다.
문 원장은 2018년 12월~2020년 1월 척추관협착증(중추성과 외측협착증)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이용한 치료 성적을 발표했다. 치료 후 6개월간 추적조사한 결과 환자 가운데 74.5%(110명 중 82명)는 통증이 50% 이상 감소하거나 보행거리, 장애지수가 좋아졌으며, 78.2%는 치료 효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일시적 통증과 저림 등 부작용 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이번 연구는 통증에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Pain Physician) 심사위원장에게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에 의한 연구라는 호평을 받았으며 현재 게재를 허가받았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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