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철줄에 묻힌 끈적한 서정..김영목 '언제고 함께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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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철사를 얼기설기 엮어낸 장면.
밑작업도 단순치 않은데 캔버스에 돌가루를 얹고 아크릴물감으로 채색해, 철사의 스토리를 받쳐줄 배경을 만드는 일부터다.
녹 묻은 차가운 철줄에서 따뜻하고 끈적한 서정이 잔뜩 묻어나는 건 작품이 단순한 '철사 걸이' 이상이란 뜻이다.
10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갤러리내일서 여는 초대전 '소망과 철사'(Wish and Wire)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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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랑·그리움 배배 꼬은 '철사그림'
돌가루 얹은 캔버스로 철사스토리 배경삼아
"딱딱하면서도 완곡한 양가적 매력에 빠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구불구불한 철사를 얼기설기 엮어낸 장면. 그래도 스토리는 읽힌다. 갈대 한 줄 뽑아든 꼬마와 엄마가 나란히 길을 걷는 중이 아닌가. 저 너머로는 뉘엿뉘엿 해가 지고, 푸른 땅과 맞닿은 하늘은 온통 오렌지빛이다.
작가 김영목(42)은 철사그림을 그린다. 작가가 경험하고 느꼈다는 세상의 모든 사랑·그리움을 철사란 매개체로 배배 꼬아 놓은 식인데. 굳이 출발을 찾자면 ‘어릴 때’란다. “그 시절 철사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다가 철사가 주는 딱딱하면서도 완곡한 양가적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철사와 씨름만 하면 다 나오는 그림은 아니다. 밑작업도 단순치 않은데 캔버스에 돌가루를 얹고 아크릴물감으로 채색해, 철사의 스토리를 받쳐줄 배경을 만드는 일부터다. 철의 견고함에 어울릴 만한 바닥을 다져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노을이 스민 듯 불그스름하게 물든 두 사람의 한때를 잡아낸 ‘언제고 함께 하자꾸나’(2020) 역시 그렇게 나왔다. 녹 묻은 차가운 철줄에서 따뜻하고 끈적한 서정이 잔뜩 묻어나는 건 작품이 단순한 ‘철사 걸이’ 이상이란 뜻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작가만의 기량이다.
10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갤러리내일서 여는 초대전 ‘소망과 철사’(Wish and Wir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돌가루·아크릴 채색·철사. 71×63㎝. 작가 소장. 갤러리내일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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