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양광 풍력 '전력 저장 비용'만 1200조원 나오자 숨기고 거짓말

조선일보 2021. 9. 29.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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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새만금방조제 인근 수상태양광 패널이 온통 새똥으로 범벅이 돼 있는 모습. / 김영근 기자

정부의 2050 탄소 중립안을 실현하려면 전력 저장 장치(ESS) 구축에만 787조~1248조원이 들 것이라는 탄소중립위원회 전문위원회 검토 내용을 조선일보가 입수해 보도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달 2050년의 태양광·풍력 전력 비율을 56.6~70.8%로 잡은 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태양광·풍력은 햇빛과 바람이 있을 때만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전력을 저장했다가 햇빛·바람이 없을 때 쓰기 위한 전력 저장 장치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 분과 전문가들이 지난 7월 그 설치 비용을 계산한 내용이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이 뉴스는 두 측면에서 충격적이다. 우선 전력 저장 장치 구축비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예상한 액수의 2~3배에 달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 저장 장치에 필요한 땅도 여의도의 48~76배에 달한다. 태양광 패널 설치 부지와는 별도로 필요한 땅이다. 이 밖에 태양광·풍력 등은 도시·공단 등의 전력 실수요지에서 먼 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송·배전망 설치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이 아니라 실현 불가능한 공상 소설 같다.

더 충격적인 것은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런 분석 결과를 국민에게 숨겨왔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달 5일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소요 비용을 현 단계에선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엇을 하든 거기에 드는 비용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다. 그걸 고려하지 않았다니 이상했다. 알고 보니 너무나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결과가 나오자 그걸 감추고 ‘고려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위원회는 보도가 나오자 “ESS만 아니라 양수 발전, 그린수소 등을 통해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에 대처할 수 있다”고 했으나 궁색한 변명이다. 양수 발전은 마땅한 입지가 없고 그린수소는 80% 이상 수입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시나리오다.

탄소중립위의 민간 위원 77명에는 환경·시민 단체 인사가 20명 포함돼 있지만 원자력계는 한 명도 없다. 위원회를 자기들 편으로만 구성해놓고, 그나마 전문가들이 작성한 비용 보고서는 숨긴 채 국민에게 거짓말했다. 이게 이른바 탈원전 정권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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