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식 깡통 계좌 속출, 청년 세대 빚 폭탄 문제 현실화

조선일보 입력 2021. 9. 29.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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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동학개미' 운동을 이끈 2030세대가 영끌 빚투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증시 약세탓에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8월 중 증권사의 반대매매 거래가 하루평균 85억원을 웃돌자 금융감독원이 '투자주의보'를 발령했다. 사진은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2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빚 내 주식 투자에 나선 개미들에게 “주가 급락 때 손실이 확대·가속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주문하는 경보를 울렸다. 주가 하락에 따라 신용으로 매입한 주식 가치가 대출금을 밑도는 이른바 ‘깡통 계좌’가 속출하자 이례적인 투자자 주의보를 냈다. 깡통 계좌 주인의 상당수는 작년 이후 주식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다. 청년 세대의 ‘빚 폭탄’ 문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작년 3월 증시가 반등하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주식 투자 붐이 일었다. ‘동학 개미’ ‘영끌 빚투’ 등 신조어까지 낳은 과열 속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신용 거래액이 1년 반 사이 4배로 급증, 25조원 규모로 부풀었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2030 연령층이 새로 개설한 주식 투자 계좌는 375만개에 이른다. 하지만 7월 이후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자 주식 대출을 갚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 ‘미친 집값’ 앞에서 수많은 청년이 앞다퉈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코인 투자에 나섰다. 2030 대의 부채는 1년 반 사이 70조원 이상 불어나 486조원(6월 말 기준)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청년 부채의 약 7%를 ‘악성’으로 분류하고 있다. 30대 대출자는 대출금 부담이 연소득의 2.6배에 달한다. 주택·암호화폐 등의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 청년 세대의 집단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엉터리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이고 2030의 주식·코인 투자는 수수방관하면서 각종 현금 살포를 계속했다. 1000조원대로 불어난 나랏빚도 청년 세대 부담이다. 청년들이 어떻게 희망을 갖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겠나. 출산율이 세계 최저이고, 30대 남성의 51%가 미혼이라는 등의 우울한 기록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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