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괴물 미사일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21. 9. 2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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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폴란드 항구도시 스비노우이슈치에 인근 해저에서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다. 그 충격은 인근 도시까지 전해졌다. 해저에서 발견된 지진 폭탄 ‘톨보이’(Tallboy)가 뇌관 제거 과정에서 물 속에서 폭발했던 것이다. 톨보이는 길이 6.4m에 전체 무게가 5.4t에 달한 사상 최대 규모의 불발탄이었다. 이 불발탄은 1945년 2차대전 당시 영국 공군이 투하했던 것으로, 이로 인해 독일 순양함이 침몰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톨보이는 2차대전 때 위력을 발휘한 영국제 지진 폭탄 중의 하나다. 지진 폭탄은 크고 무거운 폭탄이 높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지하 깊숙이 관통해 폭발, 인공지진과 같은 충격파로 견고한 벙커 등을 파괴하도록 만든 것이다. 벙커버스터의 원조다. 톨보이는 독일군 유보트 잠수함기지, V2로켓 발사기지, 독일군 요새 등을 닥치는 대로 파괴했다.

▶괴물 폭탄 경쟁은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IS 은신처에 ‘모든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GBU-43 MOAB 투하를 지시했다. MOAB는 반경 2.7㎞의 건물과 차량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고, 폭발하면 핵폭탄처럼 높이 3㎞의 버섯구름이 생긴다. 러시아는 미국의 MOAB에 대응해 ‘모든 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FOAB를 개발했다. FOAB는 MOAB의 4배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에 질세라 무게 14t에 달하는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MOP를 개발한다.

▶우리 군 당국이 최초 공개한 고위력 미사일, ‘현무-4′는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가진 미사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극비 사항인 탄두 중량은 필자가 지난해 처음 들었을 때 기존 무기 상식을 깨는 수준이어서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형상도 극비 사항이어서 지난 15일 시험 발사 후 현무-4가 아닌 다른 미사일로 영상을 바꿔치기해 공개했다. 위력은 지진 폭탄처럼 한 발로 북한 금수산태양궁전이나 지하 100m 이하에 있는 ‘김정은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괴물 폭탄·미사일은 평상시엔 적 지도자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껴 함부로 도발을 못하도록 하고, 유사시엔 가공할 파괴력으로 적 전략 목표물 등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현무-4도 유사시 북한에서 핵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를 유일한 존재인 북한 김정은이 겁을 먹어 단추를 함부로 누를 수 없게 하는 게 주목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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