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73] 무안 망둑어 회무침
여름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던 9월 초, 김장용 태양초를 장만해야겠다는 아내의 말에 뜬금없이 망둑어(망둥이) 생각이 났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갈 무렵 망둑어는 맛이 들기 시작한다. 가을은 짧다. 겨울잠을 자야 하기에 여름에 부지런히 갯지렁이, 게, 새우, 갯벌 바닥 유기물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다. 가을에 살이 올라 몸도 맛도 최상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망둑어 60여 종이 서식한다. 이 중 풀망둑과 문절망둑 그리고 짱뚱어 등이 식용으로 알려진 망둑어다. 지역에 따라 운저리(문저리), 꼬시래기(꼬시락), 무조리 등 다양하게 불린다. ‘우해이어보’에는 ‘문절어’, ‘자산어보’에는 ‘대두어’, ‘전어지’에는 ‘망동어’라 했다. 갯벌에서 뛰고, 날고, 머리가 크고, 눈이 밝은 망둥이 특징을 잘 표현한 어명이다.
남해 갯벌에는 문절망둑이, 서해 갯벌에는 풀망둑이 많았다. 하지만 연안 개발과 오염으로 서식지가 줄어들자 차츰 밥상에서 멀어졌다. 우리나라 최대 망둑어 횟집이 있었다는 ‘봉암 갯벌’에서도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다행스럽게 강화 갯벌, 무안 갯벌, 신안 갯벌, 순천 갯벌, 벌교 갯벌에서 망둑어를 만날 수 있다. 지금도 가을에 망둑어를 잡아 줄줄이 엮어 말렸다가 겨울 반찬으로 이용한다.
서해에서는 건강망을 이용해 망둑어를 잡는다. 겨울과 봄에는 숭어가 들고 가을에는 망둑어를 잡는다. 망둑어는 갯골과 물길을 따라 이동하다 그물에 갇혀 잡힌다. 그중에서도 무안 갯벌은 주변에 큰 공장이 없고, 황토밭에서 유입되는 토사가 쌓인 황토 갯벌이다. 또 오래전부터 망둑어를 잡아 가을에는 무침으로 겨울에는 말려 조림으로 밥상에 올렸다.
해제반도로 가는 길목에 20여 년 전부터 드나들었던 허름한 회무침 전문집이 있다. 철 따라 길 건너 갯벌에서 건져 올린 낙지·숭어·송어(반지)·망둥이로 회무침을 만들어 상에 올린다. 가을에는 막걸리식초를 넣고, 무·양파·깻잎을 더해 버무린 ‘운저리(망둑어의 방언) 회무침’을 올린다. 이때 함께 올라오는 밥은 보리밥이다<사진>. 쌀밥과 달리 으깨지거나 물러지지 않아 오히려 투박한 망둑어와 잘 어울린다. 망둑어는 뼈를 발라내고 잘고 곱게 썰어서 비벼 먹는 데 불편함이 없다. 가격도 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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