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찍다 치아 6개나 빠져.. 꿈인가 생시인가 모르겠다"

76국 1위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인터뷰

‘오징어 게임’ 촬영장에서 이정재(성기훈 역)의 연기 지도를 하고 있는 황동혁(왼쪽) 감독. 황 감독은 촬영 내내 성기훈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의 비(非)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

28일(한국 시각) 현재 미국·영국 등 76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징어 게임’은 2008년 황동혁 감독이 직접 기획해 각본까지 쓴 작품이다. 이날 화상으로 그에게 다양한 궁금증들을 물었다.

-예상했나?

“못 했다. ‘꿈인가 생시인가’ 한다. 방탄소년단·싸이·봉준호 감독에게서 볼 수 있듯,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의 어린 시절 놀이지만 세계적인 호소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농담처럼 ‘킹덤이 잘돼 갓이 잘 팔렸던 것처럼, 우리도 달고나 잘 팔리는 것 아니냐, 그럼 달고나 장사 선점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곤 했다.”

-2008년 기획한 작품이 왜 지금 나왔나.

“당시엔 난해하고 기괴해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서글프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가상 화폐·부동산·주식 모두 일확천금을 노리고 하는 게임이다.”

-참가자 456명과 총상금 456억원의 의미는?

“10년 전에 각본을 썼을 때는 1000명이 참가해 100억원을 두고 경쟁하는 거였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니 100억원이 작은 돈이 돼 상금을 올렸다. 역대 로또 당첨금 중 가장 큰 금액이 400억원 정도였다. 그것보다 조금 더 올리고, 한 명당 1억원 정도로 몸값을 책정했다.”

-작품 영감은 어디서 받았나.

“2008년 경제적으로 힘들어 거의 만화방에서 살았다. 그때 ‘라이어 게임’ ‘도박묵시록 카이지’ ‘헝거게임’ 등을 많이 봤고 영감을 받았다.”

황동혁 감독

-표절 시비도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것이다. 다른 작품은 사람보다 게임이 먼저다.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 놀이 중에서도 가장 쉬운 것들이라, 사람들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둘째는 승자도, 영웅도, 천재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루저(패배자)들의 이야기다. 단지 기훈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살아남았다’고 생각하고, 상우는 ‘내가 죽도록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할 뿐.”

-놀이 구성은 어떻게 했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수백 명이 모여서 할 때 가장 기이하면서 아름다운 군무 같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오징어 게임’은 룰을 따른다기보다, 도형 안에서 벌어지는 검투사들의 대결을 상상했다. 징검다리 게임은 개천을 건널 때 어떤 돌을 밟으면 물에 빠지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종목에서는 앞사람이 죽어 길을 터줘야만 뒷사람이 갈 수 있다. 승자들은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 작품의 주제다.”

-너무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도 있다.

“처음 공유와 이정재가 하는 게임은 실뜨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글로벌적으로 그 룰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공기놀이나 줄넘기도 넣어보려고 했는데, 박진감과 긴장감이 부족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복잡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훈의 머리는 왜 빨갛게 됐나?

“내가 기훈이라면 그 상황에서 미용실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했다. 평소 기훈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가장 미친 짓이 빨간 머리라고 생각했다. 이건 기훈의 분노 같은 것이다.”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는.

“넷플릭스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이걸 어디 가서, 형식, 물량, 수위 제한 없이 만들 수 있었겠느냐. 처음 아이디어를 듣고부터 계속 밀어줬고, 만드는 내내, 지금까지 이렇게 편안하게 작품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흔히 말하는 대박이 나도 추가 수익이 없다. 아쉽지 않은가.

“아쉽지 않다면 사람이 아니겠지(웃음). 그러나 알고 시작한 거라, 지금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들, 그것만으로도 창작자로서 너무 감사하다.”

-시즌 2 계획은?

“시즌 1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 이가 6개 빠졌다. 시즌 2는 영화 먼저 하고 구상할 것 같다. 시즌 2 하고 나면 틀니를 해야 할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