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위 고수.. 동남아 온 줄 알았네
족발 튀김·고기에 올려 향 더해
추석때 남은 전으로도 쉽게 요리
“씬 실란뜨로 뽀르 빠보르.”
스페인 여행 가이드북에 실린 “고수 좀 빼주세요”라는 스페인어 표현이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은 책에서 삭제될지도 모른다. 국내에도 ‘고수 마니아’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고수는 미나리과 식물로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다. 고대 그리스·로마뿐 아니라 아메리카, 중국·동남아 등 대부분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국내에도 고려시대 ‘빈대풀’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고수는 한국인이 싫어하는 풀로 악명이 높다. 외국에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코리안 크립토나이트(수퍼맨 약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플레이버 타운’은 고수를 듬뿍 올린 족발 튀김으로 유명한 곳이다. 뼈를 발라낸 족발을 기름에 튀긴 후 코코넛 캐러멜과 고추를 넣고 볶아 낸다. 여기에 고추와 고수를 듬뿍 올린다. 족발의 달고 찐득한 맛과 고수 특유의 향이 상큼하면서도 동남아 음식 같은 느낌이 난다.
“고수는 음식에 입체감을 주는 재료예요. 특히, 신맛과 싸한 맛이 있어 전 같은 기름진 한식과 잘 어울립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아요.”(클레어 플레이버타운 셰프) 그는 추석 때 남은 차례 음식이 있다면 시도해 보기를 추천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PDR’은 양고기 순대, 구운 돼지 볼살 등에 고수를 곁들인다.
“고수가 고기 특유의 향을 잘 잡아줘요. 할머니가 이북 분이어서 지금처럼 날이 서늘해지면 집에서 순대를 만들어 먹었는데, 여기에 고수를 곁들이니 잘 어울리더라고요.”(최지형 PDR 셰프)
일부가 고수 향을 역하게 느끼는 건 유전자 때문이다.
미국 유전자 분석 업체 ‘23앤드미’에 따르면, 전 세계인 약 4~10%가 고수 속 알데하이드 냄새를 ‘비누 향’으로 감지한다고 한다. 최 셰프는 “고수에 소금과 라임 즙을 뿌리면 그 향이 조금 중화돼 먹기 편해진다”고 했다.
여기서 셰프가 알려주는 고수 고르기 요령.
“줄기와 잎이 연하고 색이 짙고 푸르며 뿌리와 함께 있는 것을 구입하세요. 흐르는 물에 씻고 물기를 완전히 없애 밀폐 용기에 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클레어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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