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30] 재물로 사람을 얻어 천하를 가질 수 있을까?

김규나 소설가 2021. 9.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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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콘스탄틴 ‘마지막 패리시 부인’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했다. 리무진의 고급 가죽 시트에 기대앉자 엠버의 머릿속에 앞으로 펼쳐질 삶이 떠올랐다. 세계 곳곳에 비싼 집을 두고 황홀한 여행을 다니며 보모와 하녀들이 그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고급 의상과 보석이 가득할 터였다. 거만한 여자들은 그녀에게 머리를 숙일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돈과 권력자 남편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었다. - 리브 콘스탄틴 ‘마지막 패리시 부인’ 중에서

‘화천대유’니 ‘천화동인’이니 하는 말이 낯설다. 둘 다 ‘주역’에서 꺼내 온 말로 넓게 의역하면 ‘사람과 재물을 모아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그들 회사 이름과 얽혀 수천 억의 배당금, 출자 대비 천 배의 이익, 연 10억 이자, 고문 변호사료 월 1500만원에 대한 기사가 넘쳐난다. 재물로 사람을 얻었으니 다음 목표는 천하를 쥐는 것일까?

가난과 멸시에 진저리를 치던 엠버는 부와 권력을 원한다. 그녀는 성공한 사업가, 잭슨의 아내가 될 계획을 세운다. 잭슨의 아내 대프니에게 접근, 거짓말로 환심을 사서 친구가 되고, 잭슨의 비서가 되고 정부도 된다. 잭슨이 그토록 바라던 아들을 임신하자 엠버는 잭슨을 대프니와 이혼시키고 마침내 결혼한다. 엠버는 세상 최고의 승자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행복해보였던 대프니의 삶은 지옥, 그 이상이었다. 잘생긴 얼굴에 세련된 매너, 자상함까지 갖춘 듯 보이는 잭슨은 사실 잔혹하기 그지없는 소시오패스였다. 매일 학대받던 대프니의 간절한 소원은 남편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 것. 그녀는 자신을 이용해 남편을 차지하려는 엠버에게 기꺼이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옥의 바통을 넘겨준 것이다.

특혜 의혹에 법조계와 정치권 유력 인사들 이름이 오르내린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치인은 해명 대신, 오히려 이를 계기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민간 기득권을 해체하고 공영 개발을 제도화’하겠다며 자신이 해오던 대로 계속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옥을 빠져나간 대프니, 잘못된 선택을 뒤늦게 깨달은 엠버, 우리는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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