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쉼터가 된 내무반, 창밖에는 인왕산 파노라마

채민기 기자 2021. 9. 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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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단장 마친 '인왕 3분초 쉼터'
나무로 뼈대 잡고 외벽은 통유리
'베스트7′ 건축물 선정, 내달 개방
인왕산 숲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인왕 3분초 쉼터' 내부. 기둥 사이의 보를 천장 판 안으로 숨겨서 수평으로 넓게 확장되는 느낌의 공간을 구현했다. /사진가 김용순

분초(分哨)는 ‘소초에서 파견하는 경계 조직의 가장 아래 단위’라고 국어사전에 나온다. 소대 아래 분대(分隊)가 보병 부대의 가장 작은 단위라면 분초는 초병 부대의 최소 단위다. ‘인왕 3분초’도 그런 부대였다. 병사들은 1968년 1·21사태 이후 인왕산 서울 성곽을 따라 설치된 초소에 근무했다.

세월이 흘러 성벽 초소 20곳 가운데 18곳이 철거됐고 지금은 2곳만 보존돼 있다. 3분초 병사들이 지내던 내무반은 시민 쉼터로 새 단장 했다. 등산객들의 휴식 공간이자 다양한 문화 활동을 위한 모임의 공간으로 다음 달 문을 열 예정이다. 조남호(솔토지빈건축)와 김상언·김은진(에스엔건축)이 함께 설계한 이 작업은 한국건축가협회가 매년 완성도 높은 건축물 7곳을 선정하는 ‘베스트7′ 올해 수상작에 포함됐다.

23일 이곳에서 만난 조남호 건축가는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 폐쇄적인 내무반을 공공의 쉼터로 바꾼 작업”이라고 했다. 외벽에 유리를 쓰면서 블록 건물의 질감은 투명하게 바뀌었지만, 산비탈에서 건물 아래를 받쳐 주던 콘크리트 기둥이나 경사 지붕의 형태는 그대로다.

건물 앞쪽으로 인왕산의 숲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인왕 3분초 쉼터’. /사진가 김용순

나무가 뼈대를 이루는 목(木) 구조 건물이다. 실내에 드러나는 목재의 구축 방식을 꼼꼼하게 고민했다. 우선 천장을 이루는 나무 판을 기둥 위에 얹지 않고 기둥 사이에 살짝 끼워 넣듯 배치했다. 이 판의 두께가 50㎝에 달하는데도 공간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기둥 사이를 잇는 보를 이 판 안으로 숨긴 점도 목 구조의 전형적인 방식과 다른 점이다. 목 구조 건축의 실내는 기둥과 보가 만들어내는 네모 칸과 네모 칸의 분절로 인식되는 게 보통이지만, 보가 드러나지 않는 이 66평(218.95㎡) 건물에서 공간은 수평으로 확장된다. 정면과 양 측면의 통유리로 인왕산 숲이 입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어진 건물 틀 안에서 새로운 구축 방식으로 확장되는 느낌의 공간을 구현한 점이 건축가협회상 심사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가 올라올 수 없는 곳이어서 헬리콥터로 자재를 실어 나르며 공사했다. 무거운 재료를 쓰기 어렵고 레미콘도 들어오지 못해 목재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조남호는 “장기적으로는 건축이 복잡한 공정의 습식 콘크리트에서 점차 건식(乾式)으로 변해가는 추세”라고 했다. “나무가 약하다지만 무게 대비 가장 강한 소재입니다. 절대적으로 얼마나 강한지보다 그 재료가 얼마나 효율적인지가 중요하지요. 우리는 목조의 전통을 가진 나라인데도 건설 문화는 유독 콘크리트 위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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