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3040 캥거루족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마흔이 넘도록 노모 밑에서 밥만 축내며 빈둥거리는 백수 형, 10년 넘게 '충무로 한량'으로 떠돌다 겨우 데뷔한 작품마저 처참하게 실패한 영화감독 '나', 두 번 결혼 뒤 불륜으로 쫓겨난 여동생.
영화 원작인 천명관 소설 《고령화 가족》에서는 그나마 이들이 각자의 삶을 찾아 홀로서기에 나선다.
백수 형은 미용실 여자와 함께 새 삶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나'는 옛 연인과 동거하며 에로영화를 찍고, 여동생도 새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흔이 넘도록 노모 밑에서 밥만 축내며 빈둥거리는 백수 형, 10년 넘게 ‘충무로 한량’으로 떠돌다 겨우 데뷔한 작품마저 처참하게 실패한 영화감독 ‘나’, 두 번 결혼 뒤 불륜으로 쫓겨난 여동생. 영화 ‘고령화 가족’의 3남매는 어머니 등골을 빼먹으며 산다. 나이 들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들 ‘캥거루족’에게 어머니는 날마다 삼겹살을 구워 먹이며 기를 북돋운다.
영화 원작인 천명관 소설 《고령화 가족》에서는 그나마 이들이 각자의 삶을 찾아 홀로서기에 나선다. 백수 형은 미용실 여자와 함께 새 삶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나’는 옛 연인과 동거하며 에로영화를 찍고, 여동생도 새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그 사이에 자식들을 위해 인생을 소진한 어머니도 세상을 떠난다.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지난해 314만 명으로 집계됐다. 사회진출 준비가 덜 된 20대(249만 명, 79.3%)야 그렇다 치지만, 한창 일할 30~40대가 65만 명(20.7%)이나 된다. 3040의 미혼인구 비중도 각각 42.5%, 18.0%로 높다.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남녀의 절반 가까이가 직업이 없는 상태다.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할 의지 부족’과 심각한 취업난, 급등하는 집값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실업률이 높고, 고도성장기가 끝났으며, 주거비가 비싼 나라에서 많이 나타난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후 재정적인 어려움과 주거 불안정 때문에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떠돌다 집으로 돌아오는 세대를 ‘부메랑 키즈’라고 부른다. 영국에서는 부모 퇴직금을 좀먹는 자녀를 ‘키퍼스’, 일본에선 부모에게 기생(parasite)하는 독신(single)을 ‘패러사이트 싱글’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탕기’도 독립하지 않으려는 아들 때문에 골머리 앓는 사회현상을 말한다.
단순히 부모와 함께 사는 건 문제가 아니다. 가족 간의 협력과 상호 돌봄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 엄마 역을 맡은 윤여정이 “닭죽 먹으러 올래?”라며 갈곳없는 아들을 품는 장면은 눈물겹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에게 생계를 전적으로 의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워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옛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만 있으면…주부도 80대 은퇴자도 '월 1000만원 알바'
- '아이 키 집착' 베트남 엄마들에 통했다…대박 난 한국 식품
- 평균 연령 28세, 연봉 3500만원…광주 '캐스퍼 공장' 가보니
- "줄서서 전세 계약합니다"…대출 축소 예고에 난리 난 부동산
- 주식투자에 쓴 돈만 6조…세계 최고 부자가문은 '이 종목' 샀다
- 서울대 출신 국악하던 미스코리아? 이하늬, '원더걸스'로 진가발휘 [이슈+]
- 송종국, 7년 산속 생활 접는다?…"연예계 활동 복귀 아냐"
- 티파니 영, 속옷실종 속살그대로 노출...아슬아슬한 시스루[TEN★]
- 김구라 "아내에게 차 사주고 돈도 해줘…재혼인데 잘 해줘야"
- "백신 안 맞아도 코로나 안 걸려" 아이돌 발언 논란→재빠른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