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현재의 가계부채 위험 과소평가하고 있다"

입력 2021. 9. 28. 23:27 수정 2021. 9. 2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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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현 DSR, LTV 가계부채 위험 축약.."미국 수준 강력한 법 만들어야"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장기간 계속된 부동산 시장 급등세와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시장 거품으로 가계 부채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경고음이 나오는 가운데, 과잉 대출을 금지하는 제도를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부채 관련 지표에 허점이 커, 지금의 한국 가계 부채 위험은 과소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28일 참여연대가 박주민·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과 함께 온라인으로 개최한 '가계부채 1800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권호현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한국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기존 알려진 것보다 더하다며 가칭 '과잉대출금지법'을 제정해 대출 규제를 크게 제한해 가계의 자산 안정성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DSR, 부채 선택적 제외해 위험 축소

권 변호사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문재인 정부가 장기간 "소극적 핀셋 정책"으로 일관해 풍선효과가 계속될 우려가 있고, 세계적인 초저금리 시대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앞으로도 부동산에 몰릴 위험이 큰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정대출법제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한국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DSR 등의 대출 규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그러나 실질을 보면 해당 규제는 가계의 부채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의 DSR은 개인의 금융회사 대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즉 연소득에서 가계대출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와 유사하게 총부채상환비율(DTI) 또한 연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역시 개인의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현재 한국 규제당국은 부동산 시장 불안정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에 해당 규제 비율을 강화해놓았다. 지난 7월 1일부터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는 6억 원이 넘는 주택 구매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시 DSR 40%가 적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다른 나라 역시 대체로 비슷한 규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영국과 미국은 DTI를 대출 규제에 적용 중이며 유럽연합은 DSTI(Debt Service-to-income ratio)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한국의 관련 규제 정책이 개인의 부채를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권 변호사는 "한국의 경우 DSR 계산시 분자에 해당하는 총부채 범위에 다양한 부채를 '제외'하는 반면, 다른 나라의 DSR 개념에서는 말 그대로 개인의 총부채를 계산에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그 예시로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주택관련 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세부기준(제3조의 2) 12조 나항을 꼽았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상용차 금융, 할부·리스·카드론 등이 총부채에서 제외된다. 전세자금대출, 예·적금·보험담보대출 등도 부채 항목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빈틈에 따라 "DSR이 개인별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은행별로 적용"됨으로써 "금융당국이 만일 은행의 평균 DSR을 40%로 관리할 경우, 은행이 특정 차주에게는 80~90%의 높은 DSR을 적용하고 다른 차주에게 10~20%의 낮은 DSR을 적용해 평균 수준 40%를 유지하면서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고 권 변호사는 지적했다.

아울러 "DSR 계산식의 총부채 항목에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가 제외"돼 "한국이 전세계에 유례없는 전세(보증금부 임대차) 제도를 유지함에도 어떤 기관도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고 권 변호사는 꼬집었다.

한국에서 전세제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집주인이 세입자에 지는 빚인 전세보증금은 국가 경제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부채 항목이지만 이를 어느 금융기관도 명확히 파악하고 추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2015년 경 KDI는 전월세 보증금 반환채무 규모가 5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를 발표한 바 있다. 권 변호사는 현재 해당 항목 규모가 600조 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예외 항목으로 인해 현 DSR은 본래 제도 도입의 취지와 정책 효과가 당초 기대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그만큼 더 부실한 가계 부채 감시로 이어지게 된다.

LTV는 과잉대출 못 막아

LTV 역시 마찬가지 약점을 갖고 있다. 여태 한국 정부는 주택시장 급등 이후 LTV 규제 비율 70% 수준 이하를 꾸준히 유지했다. 버블 붕괴 당시 일본의 LTV가 130% 수준이었고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미국에서도 LTV가 100%를 넘은 것에 비해 한국의 가계대출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권 변호사는 그러나 "정부가 부채의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는 (500조 원이 크게 넘는) 전세보증금을 부채에 포함하면 수도권 지역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주택가격의 60-70%까지 차지하는 만큼 이미 LTV가 100%를 넘었다"며 "주택가격 하락으로 금융기관은 부실화되지 않아도, 임대인이 후순위 전세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깡통전세로 인한 임차인 피해가 확산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 구매가 가능한 한국의 부동산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채무자 소득이 아니라 주택가격으로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LTV가 과잉대출을 막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권 변호사는 밝혔다.

한국 가계부채 위험 과소평가

이처럼 한국의 주택 대출 규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채 위험을 과소평가함에 따라,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극명히 대비될 정도로 커졌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08년 말 74.4% 수준이던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올해 1분기 107.6%로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60.6%에서 70.5%로 상승한 글로벌 평균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신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지난해 비교 가능한 주요 선진국 20개국 중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 상승폭은 8.6%로 노르웨이(10.7%), 캐나다(9.5%)에 이어 3위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 급등 과정에서는 한동안 하락세를 보인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도 상승세로 전환됐다. 올해 2분기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0.8%였으며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도 9.8%에 달했다.

신 연구위원은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에서 1년 미만의 단기부채 비중이 크고, 가계부문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높아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과 금리변동 위험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한국의 지난해 말 가계부채 단기 비중은 23.1%로 미국(31.7%)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영국 11.2%, 이탈리아 5.7%, 스페인 4.4%, 프랑스 2.6%) 대비 매우 높고, 가계 금융자산 중 금융부채 비율도 지난해 말 45.2%로 주요 선진국을 크게 웃돌았다(프랑스 30.0%, 영국 28.7%, 일본 18.4%, 미국 17.3%)"고 지적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이 과소평가된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인 만큼, 실제로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은 드러난 통계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장기간 지속된 부동산 시장 상승으로 인해 가계부채 위험이 커졌다. 지난 26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4월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억1천12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 가격이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모습. ⓒ연합뉴스

DSR 규제 근거 법률 제정해야

더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증가하는 가계부채는 그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을 떨어뜨려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 아울러 과잉대출은 그만큼 가계와 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을 키워 경제위기에 국가 경제에 큰 위험 요인이 된다. 만일 현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급락할 경우 그 충격파가 클 수 있다.

권 변호사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때 반드시 DSR규제의 적용을 받아 자신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꾸준히 상환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하며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DSR은 대체로 30~40%로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DSR 중심으로 대출을 심사한다는 것은 주택을 투자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은행이 언제든 채무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매각하는 이른바 '약탈적 대출'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허용하는 지표인 DTI, LTV와 다른 점"이라고 권 변호사는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빌려간 돈을 갚을 능력이 되는 채무자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DSR 규제의 전면 시행만이 투기수요를 잠재울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현행 DSR 총량 규제 방식의 범위에 빠진 개인사업자대출, 전세자금대출(중 원금), 전세보증금 반환채무" 등의 조항을 보강해 미국 수준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HOEPA법(Homeownership and Equity Protection Act)은 직접적으로 약탈적 대출을 규제하는 법으로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넘는 과도한 대출에 대하여 금융기관에 설명의무 부과, 대출금리가 국채금리보다 일정 수준 이상 높은 대출의 규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의 제한, 만기 5년 미만인 대출에 대한 일괄 상환, 미납이자 원금가산 등을 금지"한다며 "DSR의 규범적 근거가 HOEPA법에 마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따라서 강력하고 안정적인 DSR 제도를 위해 관련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권 변호사는 "금융의 기본원리가 경기상황과 정부 성향에 따라 훼손되지 않도록 법률로써 DSR의 규범적 근거를 마련하고,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과잉대출을 금지해야 한다"며 "초저금리, 과잉 유동성 시대에 DSR의 전면 도입이 없는 핀셋 규제는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돈을 결코 막을 수 없고, 이는 반드시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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