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엄마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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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학교 급식이 운영되고 있지만 중장년층은 학창 시절 추억에 점심 도시락을 빼놓을 수 없다, 수업시간에 몰래 먹는 도시락은 왜 그리 꿀맛인지, 선생님한테 들켜서 방과후 화장실 청소를 해도 별 유감이 없었다.
'엄마도시락'은 제2의 정희, 제3의 정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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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오순도순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친구들과 우정을 나눴고, 달달한 손편지, 콩자반 하트, 하얀 밥을 살짝 덮은 노란 계란 프라이 등으로 공부에 지친 자식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전달하는 엄마들의 재치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모두에게 즐거울 수는 없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형편이 어려워서 도시락을 갖고 올 수 없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학생은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먹거나 운동장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빈속을 수돗물로 채웠다.
점심시간이면 운동장 등나무 밑에서 파란 하늘을 보며 도시락을 먹는다고 밖으로 나가는 문학소녀 정희. 친구들은 문학소녀답다고 생각했지만 정희의 도시락에서 유난히 젓가락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걸 알아챘다. 빈 도시락이었다. 어느 날부터 반 친구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샌드위치를 넉넉히 싸왔고 모두 나눠 먹었다. 자연스럽게 정희에게 한 끼의 식사를 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 시절 엄마의 존재 증명은 도시락이었고 그걸 못 가져온 친구의 허기진 마음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경제적 형편이 훨씬 나아졌지만 안타깝게도 인심이 좋아진 건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바람에 곳곳에서 찬바람이 분다. 도움이 절실한 곳에 도움이 줄어들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참 따뜻한 소식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서울 양천구는 추석 연휴 동안 아이들이 밥을 굶는 일이 없도록 따뜻한 사랑이 담긴 ‘엄마도시락’을 전달했다. 부모의 돌봄 부재로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명절 연휴 동안 영양이 가득한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엄마도시락’은 2015년 설부터 명절이면 빠짐없이 실행되고 있다. 명절날 배고프면 더욱 서럽다. 정성 가득한 ‘엄마도시락’은 단지 배고픔만 해결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 아이들은 결코 꿈을 버리지 않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지금은 국문과 교수가 된 문학소녀 정희는 어느 날 이런 고백을 했다.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 친구들의 샌드위치가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자신을 위해서 샌드위치를 싸온 친구들의 마음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노라고. ‘엄마도시락’은 제2의 정희, 제3의 정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작은 도시락이지만 사랑과 관심이 담기면 그만큼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 ‘엄마도시락’이 여기저기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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