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열흘에 한 명' 데이트폭력으로 사망..PD수첩이 전한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의 목소리

PD수첩팀 pdnote@mbc.co.kr 입력 2021. 9. 28. 22:43 수정 2021. 9. 28. 22: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8일 밤 PD수첩 '2021 데이트폭력 보고서'에서는 늘어나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이 보호받을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다뤘다.

'열흘에 한 명.'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의 숫자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9,364건이었던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5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2021년 7월까지 24,481건으로 상반기에만 2020년 전체 신고 건수를 뛰어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는 데이트폭력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데이트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단일 법안은 없다.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스토킹에 시달리다, 지난 6월에는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이소연(가명) 씨.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첫 폭력이 시작됐다. 남자친구는 이 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고 의심했다. 이 씨가 이별을 말하자 돌아온 것은 폭력이었다. 이 씨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변기통에 옷을 집어넣고 목을 조르는데, 제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소연(가명) 씨가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메세지

이소연(가명) 씨는 남자친구와 동거하던 집을 떠나 고향으로 내려왔다.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연락을 피했지만, 남자친구는 계정을 바꿔가며 많은 양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문자 수신까지 차단하자 오픈뱅킹에 1원씩 입금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윤혁진 이소연(가명) 씨 담당 정신과 의사는 "상대방한테서 문자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상황이었고, 문자를 보면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라고 말했다.

왜 남자친구는 계속 이 씨에게 연락했던 걸까. 남자친구와 인터뷰했다는 단디뉴스 이은상 기자는 "(남자친구가) 오해를 풀기 위해서 연락을 취했다. 이제 싫다면 앞으로 연락을 안 할 생각이 있다 미안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괴롭힘에 이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남자친구는 특수협박,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됐다. 재판을 앞둔 상황에도 스토킹은 계속됐다.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100m 안에 들어와 있지 않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 6월, 남자친구는 이 씨의 가족이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왔다. 병실에 올라오겠다는 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만난 이 씨는 성폭행을 당했다. 이 씨는 3주 뒤, 신변보호 담당관에게 강제로 끌려갔다는 CCTV를 확보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변보호 담당관은 “본인이 만나지 말았어야지. 왜 만나서 일 생겨서 우리가 어쩌란 말이냐.”라고 답했다.

그 이후, 경찰은 남자친구를 검거했고 지난 4일 구속했다. 남자친구 측은 성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강제가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벗어나려면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었다. 본인이 싫으면 완전히 끊어 내야지"라고 말했다.

교제 중 상대방에 의해 사망한 여성 수 통계 (출처: 경찰청, 오마이뉴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3년간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살해당한 건은 51건이다. 오마이뉴스는 이 수치에 대한 의문을 품고, 같은 기간의 판결문에 대해 데이트, 폭력, 교제, 사망 등 101가지 키워드로 추려낸 1,300여 장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교제 중 상대방에 의해 사망한 여성은 108명. 경찰이 밝힌 통계의 2배가 넘은 수치였다. 그중 71명의 여성은 단둘이 있는 상태에서 사망했다.

PD수첩은 2019년과 2020년의 판결문을 추가로 분석했다. 두 해 동안 교제하던 상대방에게 죽임을 당한 여성 피해자는 42명. 4명 가운데 한 명은 사건 발생 전에도 폭력을 당했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관은 "경찰 단계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신변보호위원회를 통해 위치 추적 장치인 일명 스마트워치를 지급해서 위급한 상황일 때, 위치가 뜨는 것, 피해자가 사는 곳에 CCTV를 달아주고 순찰을 강화하는 것. 이 정도가 데이트폭력 피해자에게 경찰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데이트폭력이 똑같이 되풀이된 경우도 있었다. 교제 한 달 뒤부터 남자친구의 폭행에 시달려왔다는 김연정(가명) 씨. 2020년 12월, 김 씨는 반복되는 폭력에 이별을 통보하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 후, 남자친구는 방범 창살을 뜯고 들어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남자친구는 흉기를 들었고,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친구가 집으로 찾아왔다. 이에 남자친구는 주거침입으로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했다. 남자친구는 폭행,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이 선고됐지만, 일부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했다.

PD수첩은 취재 도중, 남자친구가 김 씨를 만나기 전 교제했다는 여성인 최수연(가명) 씨를 만났다. 최 씨는 "계속 부딪치다 보니까 헤어지자고 했는데 갑자기 팍 치는 거예요. 손에 휴지를 말아서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남자친구의 또 다른 데이트폭력 전력도 드러났다.

19대~21대 국회 중 발의된 데이트폭력 범죄 관련 법안

지난 19대부터 지금까지 총 8건의 데이트폭력 범죄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다른 선진국은 데이트폭력 범죄에 대하여 엄격하다. 미국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할 수 있고, 영국은 강요나 통제만으로 최대 5년 형이 가능하다.

올해 초, 권인숙 의원은 가정폭력처벌법의 보호 대상자에 교제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인숙 의원은 "가족관계의 범주를 친밀성이라는 기준으로 확대해서 보면 사각지대가 훨씬 더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의 다툼으로 휘두른 칼에 찔렸다며 제보한 김정현(가명) 씨. 이별을 통보한 다음 날, 여자친구인 김하나(가명) 씨가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풀라며 칼을 꺼내 들었고 알려주지 않자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다른 이성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본 여자친구는 대화창에 욕설을 보내라고 강요했다. 김정현(가명) 씨가 머뭇거리는 사이 여자친구는 다시 칼을 치켜들어 허벅지를 찔렀다. 그 후, 울고 있는 여자친구를 달래 병원으로 향하고 있을 때, 여자친구는 요리하다가 다쳤다고 말하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김정현(가명) 씨는 차를 돌려 인근 지구대로 들어가 여자친구를 신고했다. 또, 김정현(가명) 씨는 여자친구가 여자관계를 의심해 정관 수술까지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 얼마큼 좋아하는지 보여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하나(가명) 씨는 김정현(가명) 씨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하나(가명) 씨가 남자친구의 잘못을 공개하려고 하자, 막기 위해 자신을 폭행했다는 것. 또한, 칼로 인한 사고는 실랑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말했다. 정관 수술과 조각도로 본인 이름을 새긴 것에 대해서는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현(가명) 씨는 교제 중 다른 이성과 교제했냐는 물음에 대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병적 집착으로 인하여 범죄 피해로 이어진 경로는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피해자들의 신변 안전을 도모하기 어렵다. 법적인 개입이 꼭 필요한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데이트폭력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인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가장 친밀한 사람으로부터 생명을 위협받고 있을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제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PD수첩팀 기자 (pdnot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1/society/article/6303586_34873.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저작권자(c) MBC (www.im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