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독재자가 빼돌린 돈, 국민에게 백신으로 돌아온다
美, 몰수된 적도기니 자금 227억 유엔에 보내 백신 공급하기로
서아프리카 국가인 적도기니를 40년 넘게 장기 통치하고 있는 독재자 대통령의 아들이자 현직 부통령이 미국에 부정 축재했다가 미 사법 당국에 적발된 재산이 코로나로 신음하는 적도기니 국민들의 백신 구입 비용으로 쓰이게 됐다. 부정하게 빼돌린 국민의 돈을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국민에게 되돌려준 결정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 망게(53) 부통령이 지난 수십 년간 사들인 자산의 강제 매각 대금 중 1925만달러(약 227억원)를 적도기니 국민들을 위한 백신 구매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유엔에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또 635만달러(약 75억1840만원)는 국제의료지원단체인 메디컬케어디벨롭먼트인터내셔널에 전달, 역시 적도기니 국민을 위한 의약품과 의료 장비 구매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망게 부통령은 1979년부터 42년째 집권 중인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79)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는 농업산림부 장관으로 있던 2011년 그의 미국 내 자산 매입 과정을 의심하던 미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연봉이 10만달러(약 1억1840만원)에 불과했지만, 각종 탈법 행위를 통해 3억달러(약 3534억원)가 넘는 재산을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 돈으로 호화 사치품 구입을 즐겼다. 그의 쇼핑 목록에는 캘리포니아의 부촌 말리부의 호화 저택, 페라리 승용차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마이클 잭슨이 1980년대 ‘스릴러’를 불렀을 때 입었던 재킷과 ‘배드’를 불렀을 때 꼈던 장갑 등을 잇따라 고가에 구매해 화제가 됐다.
2014년 망게 부통령은 미 수사 당국과 형사합의를 통해 자신이 사들인 사치품을 매각하기로 했다. 형사합의문에는 매각 대금 중 1030만달러(약 121억9520만원)는 미 정부가 몰수하고 나머지는 적도기니 국민들을 위해 자선 단체 등에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합의에 따라 망게 부통령이 부정하게 끌어모은 돈이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시기에 맞게 국민들의 백신 구입 재원에 쓰이게 된 것이다.
산유국인 적도기니는 아프리카에서는 부자 나라(1인당 GDP 8131달러·2019년 세계은행)로 분류되지만 장기 독재와 빈부 격차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구 135만명의 적도기니에서는 지금까지 1만1806명이 확진됐고, 142명이 숨졌다. 백신 접종 완료율은 11%(아워월드인데이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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