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평양까지 단 1분15초...美, 극초음속 무기 시험 성공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1. 9. 2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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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음속의 5배, 전투기 탑재 가능
원격 조종해 궤도변경, 요격 어려워
미국 국방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홈페이지가 공개한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체계(HAWC)'/뉴시스

미군이 음속보다 5배 빠른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극초음속 무기는 기존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해 전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중국과 러시아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3국 간 전략 무기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 국방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주 공군과 함께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체계(HAWC)’ 미사일 발사 시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공군 전투기에 탑재해 사용할 무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크램제트 엔진을 달아 대기권에서 마하5(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한다고 한다. 시간당 약 6200km 속도로 비행한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쏠 경우 평양 상공까지 1분 15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미 공군 매체 ‘에어포스매거진’은 “미사일 속도 이외에 사거리 등 정확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대기권 밖까지 나갔다가 지상의 고정된 목표를 타격하지만, 대부분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기처럼 낮은 고도를 날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상 또는 바다 위 목표물을 공격한다. 속도가 워낙 빨라 지금의 기술로는 요격이 어렵고, 원격 조종으로 궤도를 변경할 수도 있어 목표물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핵탄두까지 탑재한다면 현대전에서 전세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미 공군은 HAWC 외에도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ARRW)도 개발하고 있다. ARRW는 폭격기 등에서 발사돼 마하 20 이상의 속도로 표적을 강타한다. 사거리는 1600km 이상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우리는 지금 놀라운 군사 장비를 개발 중이다. 나는 그걸 기막힌 미사일이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ARRW를 언급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 공군 이외에도 DARPA와 해군, 육군 등이 독자적으로 다양한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9년 말 중거리극초음속 탄도미사일(IRBM) ‘아방가르드’를 실전 배치했다. 속도가 마하 20 이상으로 탄두를 최대 16개 탑재할 수 있다. 작년엔 신형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Zircon)’의 시험 발사에 잇따라 성공했다. 마하 8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미 항모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1000㎞의 미사일이다. 러시아군은 2022년 안에 수상함 혹은 잠수함 등에 실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지난 2019년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DF(둥펑)-17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DF-17은 핵탄두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 마하 10 이상으로 비행한다. 이런 중·러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 항공모함은 물론 주한·주일미군 기지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러가 미국의 MD를 뚫으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선 반면, 미 국방부는 그 동안 이 무기 개발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이 작년 3월 발간한 ‘미 육·해군용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 세계군사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다양한 유형의 핵탄두 탄도미사일, 재래식 탄두 순항미사일 등의 개발·생산에 더 중점을 둬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8년 중국과 러시아의 개발 속도에 위기감을 느끼고 극초음속 타격체 개발에 뒤늦게 우선순위를 두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3국 외에도 호주·일본·인도 등도 극초음파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실전 배치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8월 정경두 국방장관이 국방과학연구소(ADD) 창립 50주년 기념식장에서 개발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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