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원자재·금리 3중고에 입법리스크까지'..숨막히는 기업들

신민준 입력 2021. 9. 2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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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에 노출된 기업들]②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 91..전분기 대비 12p↓
코로나 재확산에 내수 회복 제동..원자재값 상승도
0.25%p 기준금리 인상에 금융비용 부담도 증가
"내수 선제 지원과 기업투자 촉진 등 정책 지원 시급"

[이데일리 신민준 신중섭 전재욱 기자] 화학업체 A사의 대표는 최근 들어 근심이 늘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류 비용도 증가해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행의 지난달 8월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등 부채부담까지 늘었다. A사 대표는 “전년과 비교해 순이익은 오히려 10~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원자재 가격 급등,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입법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제조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취약한 내수부문에 대한 선제 지원과 함께 기업투자 촉진 등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수출·내수 경기전망지수 모두 기준치 하회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직전 분기(103) 보다 12포인트(p) 하락한 91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경기전망지수가 100 이하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내수 회복에 제동이 걸린데다 물류 차질과 생산량 감소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수출과 내수부문의 경기전망지수가 모두 기준치를 밑돌았다. 4분기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94로 직전분기(112)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내수부문은 90으로 11포인트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최근 코로나 확산과 유가 상승에 직면한 ‘정유·석화(82)’를 비롯해 ‘조선·부품(87)’, ‘자동차·부품(90)’ 등의 업종이 낮았다.

10월 제조업황 전망도 어둡다. 이날 산업연구원이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210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10월 제조업 전망 PSI가 111로 집계돼 전월(114)보다 하락했다. 내수(116)와 수출(120)이 전월과 달리 동반 하락하면서 생산(117)도 하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세부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84), 디스플레이(82), 가전(88)이 100을 밑돌았다. 국내 경제 기반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의 업황이 모두 어렵다는 얘기다. 업종별 주변 여건도 녹록지 않다. 반도체 업종의 경우 메모리반도체인 D램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4분기 글로벌 D램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며 D램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서버용 D램 가격도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업종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내수 부진을 겪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올해 내수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3.5%(6만대) 감소한 184만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차량 적체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출시된 기아의 신형 스포티지는 출고까지 16~24주 이상 소요된다. △쏘렌토 16~24주 이상 △카니발 10~24주 이상 등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차량 출고 지연이 지속되고 있다. 조선업은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후판 등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충당금 발생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한국조선해양(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 빅3 모두 693억원, 616억원, 635억원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중대재해법 국무회의 통과…규제법안, 미래사업에 악영향

입법리스크도 부담요인이다. 중대재해법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처벌을 부과하는 법안으로 내년 1월27일 본격 시행된다.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골자다.

유통업계는 규제 법안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현재 의무휴업 영업시간 규제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있는 의무휴업일과 자정(밤 12시) 이후 영업금지 등으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주문 건을 처리할 수 없다. 마트 등을 거점으로 활용한 새벽배송 등을 할 수 없어 급성장하고 있는 새벽배송업체와의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규제 법안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가 대표적이다. 미국 네바다주는 일정 요건만 충족되면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 도로에서도 자율주행 실험이 가능하다. 국내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인 자율주행 시험을 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쌓기 위해서는 수많은 주행을 통한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지만 현 상태로는 쉽지 않은 상태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경기회복세가 한 분기 만에 발목을 잡혔다”며 “취약한 내수부문에 대한 선제적 지원과 함께 기업투자 촉진, 원자재 수급과 수출 애로 해소 등에 정책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민준 (adon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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