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경 열리면, 즉시 식량 지원 사업 재개"

김유진 기자 입력 2021. 9. 2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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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세계식량계획 신임 한국사무소장 첫 언론 인터뷰

[경향신문]

윤선희 세계식량계획 신임 한국사무소장이 지난 24일 서울대학교 우정글로벌사회공헌센터 내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평양사무소 유지, 현지 모니터링
충분한 식량 섭취 주민 1% 추정
“봉쇄로 인해 식품값도 올랐을 것
대북 지원, WFP의 중요한 임무”
6세에 가족과 아프리카로 이주
맥킨지 컨설턴트 대신 유엔 입문
“한국 사회 전반 유엔 기여에 대한
인식 넓히는 데 도움 되고 싶다”

“(북한의) 국경 봉쇄로 세계식량계획이 추진해오던 대북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국경이 다시 열리는 즉시 북한에서의 활동을 재개할 것입니다.”

윤선희 세계식량계획(WFP) 신임 한국사무소장은 “WFP는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지원을 매우 중요한 임무로 여긴다”면서 “국경 통제 완화 등 여건이 나아지는 대로 북한 관련 사업을 곧바로 재개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국경을 전면 차단하면서 유엔 등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의 활동은 사실상 정지됐다. 외교단과 국제기구 직원들의 연이은 ‘엑소더스’에도 마지막까지 평양에 남아 있던 WFP 북한사무소장도 결국 지난 3월 철수했다.

그럼에도 지난 2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사무실에서 만난 윤 소장은 “WFP 평양사무소는 문을 닫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WFP 본부가 있는 이탈리아 로마나 중국 베이징 등에서 직원들이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있고, 평양 사무실에선 북한 현지 직원들이 계속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위기 이전부터 북한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에 속했다. 그런데 20개월 넘게 이어진 국경 폐쇄,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북한을 식량부족국으로 재지정했다.

윤 소장은 2019년 이후 북한의 식량난이 심화됐을 것으로 짚었다. WFP가 북한 내 수혜자들을 상대로 원격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충분한 식량 섭취를 하는 비율은 2020년 22%에서 올해 1%로 떨어졌다. 반면 식사 횟수와 식단 다양성 등에서 부족하게 섭취하는 비율은 2020년 38%에서 올해 69%로 늘었다. 그는 “국경 차단 조치가 식품 수입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식량 부족과 식품가격 급등을 부추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대북 인도지원에 대해 윤 소장은 “WFP는 정치적 상황이 아닌 인도주의 가치에 뿌리를 두고 활동한다. 현장의 인도적 수요와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모든 인도지원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모니터링은 모든 인도적 지원사업의 핵심 요소이자 조건”이라며 “수혜자인 북한 주민들과 전화 설문 등으로 직접 소통하는 것이 인도지원의 효과성, 책임성을 보장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WFP는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식량이 최고의 백신”(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이라고 역설해왔다. 부유한 나라들은 ‘부스터샷’ 접종 논의까지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식량이 곧 백신인 나라들이 훨씬 많다. WFP는 올해 역대 가장 많은 1억3900만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모금액 목표치(150억달러)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에티오피아, 아이티 등 분쟁 지역에서 식량 안보 위기에 직면한 나라들도 늘고 있다. 윤 소장은 “식량 안보와 평화 안정은 직결되는 문제”라며 “불행히도 위기가 위기가 되어야만 모금이 도착하는데, 그땐 이미 늦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아프간은 산악 지형과 혹한으로 10월 말까지 각 지역에 지원할 식량이 전달되지 않으면 제때 주민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7월 부임한 윤 소장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여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말라위로 이주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학부·대학원까지 마친 윤 소장은 2002년 맥킨지코리아 경영컨설턴트라는 경력을 뒤로 하고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로 유엔에 입문했다. 고향과도 같은 아프리카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WFP는 평생의 직장이자 소명이 됐다. 그는 임기 동안 “한국 사회 모든 부문에서 공적개발원조(ODA)나 유엔에서의 기여에 관한 인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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