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운드바디 김지연 대표 "노 비닐 생리대, 못 만들 이유 없었네요" [스타트업 노트]

이유진 기자 입력 2021. 9. 28. 21:46 수정 2021. 9. 2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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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지연 어라운드바디 대표가 최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어라운드바디는 세계 최초로 비닐·부직포 없는 친환경 생리대를 개발했다. 김영민 기자
펄프로만 만들어 자연분해 가능
한 명당 평생 1만여개 사용하는데
환경에 가책 느끼는 여성들 많아
샘플 제작·투자 어려울 때마다
‘유저들’ 응원 덕분에 지치지 않아

‘생리대도 휴지처럼 변기에 넣어 버릴 수는 없을까?’

휴지통이 없는 공중화장실에서 생리대 비닐을 돌돌 말아 ‘위생용품 처리함’에 따로 넣는 번거로움을 아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생각이다. 국내 스타트업 어라운드바디는 이 같은 질문에 대안을 제시한다.

2018년 설립된 어라운드바디가 직접 연구·개발한 ‘JIHE(지혜)’는 세계 최초로 비닐·부직포 없이 자연분해가 가능한 펄프로만 만든 친환경 생리대다. 물에 녹는 생리대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다.

■ ‘노(no) 플라스틱’ 생리대 왜 필요해?

어라운드바디가 주목을 받은 건 편리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성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생리대의 양은 평균 1만4000개로 추정된다. 문제는 일회용 생리대의 성분 90% 이상이 플라스틱 소재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땅에 매립할 경우 완전 분해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0년이다. 이 때문에 영국에선 2018년부터 ‘월경용품에서 플라스틱을 빼자’는 ‘#EndPeriodPlastic’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김지연 어라운드바디 대표(34)는 “환경을 생각하는 여성이라면 월경 기간에 비닐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로켓이 달나라를 가는 세상인데, 비닐 없는 생리대는 왜 못 만들어’라는 믿음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가 비닐을 대신해 선택한 소재는 펄프였다. 통기성과 흡수성은 만족스러웠지만 생리혈이 새는 것을 막는 방수성이 문제였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국 대학의 제지공학과를 수소문했다. 그는 “펄프류 방수를 연구한 논문, 특허사항은 거의 다 찾아봤다”면서 “강원대 유정용 교수팀과 인연이 닿았고, 천연기름막을 활용한 방수기능을 갖춘 펄프를 만드는 데 성공해 제품 개발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 ‘나 말고 누가 해?’ 의심을 확신으로

국문학 전공, 30대 초반, 여성…. 개발 초기 업계 종사자들은 김 대표의 사업 능력에 물음표를 던졌다고 한다. 돈도 없고 전공도 무관한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 많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내 딸은, 내 부인은, 내 여자친구는 별말이 없던데 생리대 처리가 그렇게 불편한 일인가요’라는 질문을 특히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의 지속적인 응원 덕분이었다. 그는 “정말 많은 여성을 만났지만 ‘그게 왜 필요해?’라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생리대 샘플을 만들 때 모두 거절당하고 유일하게 제작을 허락한 공장의 공장장님도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 여성들이여, 생리대 박사가 되자

어라운드바디는 2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노비닐 팬티라이너’와 ‘수분해 생리대’ 개발에 성공했다. 같은 해 12월 팬티라이너를 미국 아마존을 비롯해 온라인 마켓에 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 생리대는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100% 친환경 생리대’라고 부르지 못한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생리대 포장 공장이 국내외에 없어 개별 포장에 종이 대신 생분해 비닐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김 대표가 자체 공장 소유를 다음 사업 목표로 삼은 것도 친환경 소재로 생리대를 포장하기 위해서다.

여성이 자신의 건강과 관련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어라운드바디의 최종 목표라고 밝힌 김 대표는 조만간 생리대 체험 매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또 얼마 전부터는 생리혈 흡수 기능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생리대 연구에 착수했다.

김 대표는 “생리대가 몇 겹인지, 각각의 층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성분의 재료가 쓰이고, 원가가 얼마인지 누구도 여성들에게 알려준 적이 없다”면서 “여성들이 모두 생리대 박사가 돼야 양질의 제품 개발 같은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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