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백만년을 버텨왔건만' 살 수가 없다..더워서

윤희일 선임기자 입력 2021. 9. 28. 21:23 수정 2021. 9. 2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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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 특산 ‘구상나무 숲’ 20년 새 30% 급감
기후변화·잦은 태풍 등 원인

제주도 한라산에서 고사한 구상나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잦아진 태풍과 봄철 온도 상승, 숲의 노령화 등으로 제주 구상나무 숲 면적이 최근 20년 사이 약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과학원 제공

구상나무는 신생대 3기부터 수백만년 동안 혹독한 환경을 견뎌온 한국 특산수종이다. 한라산·지리산·덕유산·태백산 등에서 자라는데, 제주 한라산에 가장 넓게 분포하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고산지역 특유의 강한 바람과 얕은 토양층 등에 적응하면서 자생해왔다. 하지만 구상나무 숲은 최근 부쩍 줄어들고 있다. 제주도 구상나무 숲의 면적은 1997년부터 2016년까지 20년 사이에 33.3%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11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주도 구상나무 숲의 쇠퇴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로 잦아진 태풍과 봄철 온도 상승 및 건조, 숲의 노령화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산림과학원은 구상나무 숲의 쇠퇴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륜연대학’을 동원했다. 연륜연대학은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과거는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 및 자연환경 변화를 밝혀내는 학문이다.

산림과학원은 충북대 서정욱 교수팀과 2017년부터 3년간 한라산 구상나무 숲(해발 1600~1700m)에서 고사목과 생육목 등 모두 120그루 나이테를 연륜연대학을 적용해 분석했다. 또 그 결과를 지난 32년간 기상자료와 비교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잦아진 태풍이 자주 강한 바람을 몰고 왔으며 봄철 온도가 상승하고 건조해진 데다 자체 수명이 짧은 것 등이 구상나무 숲 쇠퇴의 주된 원인이라고 산림과학원은 밝혔다.

한라산 동쪽(진달래밭)과 남쪽(방애오름)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에 넘어진 고사목은 2012년에 가장 많았다. 이는 당시 ‘볼라벤’ 등 강한 태풍이 잇따라 구상나무 숲을 고사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서 죽은 고사목은 2013년에 가장 많았는데, 이는 전년도에 발생한 태풍의 영향이 이듬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구상나무 고사 중 63%는 봄과 여름 사이에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 탓에 나무가 생장을 시작하는 봄철에 건조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임영은 산림과학원 연구사는 “수분 부족으로 숲이 쇠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과학원이 이번에 조사한 나무 중 가장 오래된 생육목은 114년, 고사목은 131년이었다. 구상나무의 생물학적 수명이 150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다른 나무에 비해 수명도 짧다.

임효인 산림과학원 유전다양성복원팀 박사는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DNA 이력관리를 이용한 과학적인 복원기술과 같은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산림 분야 국제학술지 ‘Atmosphere(대기)’ 2021년 특별호에 게재됐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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