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건국신화 스케치 '하늘의 나라 신화의 나라'

손봉석 기자 2021. 9. 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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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우리민족 고대 국가들 건국 신화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후 그 속에 숨은 의미를 탐구한 책이 출간됐다.

‘단군, 혁거세, 주몽 등 고대 국가 시조들은 왜 하늘의 아들일까’라는 부제가 붙은 ‘하늘의 나라 신화의 나라’(이기봉 지음·덕주 펴냄)은 우리 건국 신화들을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냈다.

1장 하늘 숭배 사상, 2장에서 5장은 신라의 시조 혁거세 건국신화를 비롯해, 탈해, 알지, 육두품 시조에 대해 들려준다. 6장 금관가야, 7장 고구려, 8장은 백제, 9장 부여에 이어 10장에선 고조선 건국신화를 다뤘다.

책 곳곳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한반도 고대 국가 건국 신화를 고조선의 단군신화를 비롯해 고구려, 부여, 백제, 신라, 금관가야 등은 제각기 ‘하늘의 아들’이 통치한 하늘의 나라임을 보여주는 건국 신화를 남겼다. 신라는 건국 시조인 혁거세뿐만 아니라 석씨 시조인 탈해와 김씨의 시조인 알지, 건국의 모태가 되었던 육두품 시조 등 무려 네 개의 신화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단군 신화는 호랑이와 곰을 경쟁시켜 하늘 선택을 받은 웅녀가 환웅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다며 건국 신화에 ‘경쟁 구도’를 집어넣어 고조선 정통성을 더 탄탄하게 부여하고 있다. 경쟁 구도는 고조선 건국 신화만이 갖고 있는 독특함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신라에는 하늘의 아들이 여러 명 등장하는지도 분석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 헤라, 아테나, 아폴론 등 올림포스의 신들을 비롯해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등 영웅들 흥미진진한 모험담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기 재미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이에 반해 전 세계 다른 건국 신화들은 단순하고 재미가 떨어진다.

저자는 이를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의 등장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리스는 ‘폴리스’라는 수많은 도시 국가 형태로 존재했으며, 알렉산더가 통일하기 전까지 통일 국가가 등장한 적이 없었기에 그리스 신화는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반면 중앙집권 국가는 자국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오직 하나의 신화만을 남겨놓은 채 흡수당한 다른 국가 신화를 심연 속으로 밀어 넣었다고 관측한다.

한반도에 등장한 국가들도 중앙집권 국가였으므로 자신들의 나라가 하늘의 나라이며, 그들의 시조가 하늘의 자손이라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여러 개의 건국 신화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우리가 단결을 이야기 할 때 할 때 늘 나오는 ‘우리 민족은 단군의 자손이다’ 같은 집단 이념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는 선민사상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지리학 전공자인 저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연구한 신화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여줘 신화와 역사에 대한 안목을 넓혀준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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