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듯 다른 북 미사일 반응.. 대화기조속 韓 "유감" 美 "규탄"

북한이 지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열차에서 발사되고 있다. 북한은 이 탄도미사일이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종전선언 호응 기대속 '도발' 규정안해

북한이 28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하자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유엔 대북제재를 거스르는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선 신중한 분위기다.

이전과 달리 북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올해 들어 북한의 무력시위는 이번이 여섯 번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 간 상호존중이 유지되면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등 남북 현안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담화를 내놓은 지 사흘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군은 오늘 오전 6시 40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한반도의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발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그러나 군 당국과 NSC 모두 북한의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선 추가 분석을 거쳐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이며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200㎞에 못 미치고, 고도도 지난 15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60㎞)의 절반 정도로 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과 정보 당국은 비행거리와 고도가 '초대형 방사포'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제원과 비행거리, 속도, 고도 등은 기존에 알려졌던 북한 미사일과 다른 비행 특성을 보여 정밀하게 추가 분석 중인 것으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아예 새로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위한 전단계 활공체 시험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안보리 결의안 위반"… 외교해법 무게

북한의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발사 소식에 미국은 "규탄" 입장을 밝혔다. 다만 외교적 해법 기조 속에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 대변인 명의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고 북한의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북한과 외교적 접근에 전념하고 있고, 그들이 대화에 관여하길 촉구한다"는 입장도 견지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 방어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미 당국은 북 미사일 도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시사 담화, 이날 미사일 발사 시험 등 혼재된 행보를 보이지만 미국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듯 남북관계 개선 지지, 북한의 대화 호응 촉구라는 원칙론 반복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미사일 발사를 알고 있고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 역시 27일 브리핑에서도 "우리는 선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시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 완화에 관한 질문에 즉답은 피했다.

한편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는 이날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유엔총회 연설과 관련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대사는 "항시적 긴장과 대립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라며 한반도 주변 합동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투입의 영구 중단을 요구한 뒤 "조선에 대한 이중 기준을 철회하는 용단을 보이면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