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일 꼭 해야 돼?"에 대한 답변

2021. 9. 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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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NKDB 북한인권정보센터 인턴
박준규 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NKDB 북한인권정보센터 인턴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공부와 활동을 해온 만큼 지인들은 필자에게 동일한 질문들을 자주 던지고는 한다. 특히 2030 세대 동년배 친구들이 항상 던지는 질문은 모두 유사하다. "야, 우리가 왜 통일을 꼭 해야 되냐? 우리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 세금을 우리 보고 내라고?", "한국에도 가난해서 죽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북한 사람들까지 신경을 써야 되는지 설명 좀 해줘라"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취업과 생계, 집 마련 등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쳐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청년세대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고로 필자는 청년들에게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남북의 복잡한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리 염원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70년간 몸소 경험해왔다. 통일 역시 희망한다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필자 역시 섣부른 통일은 극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통일을 장기적인 국가의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국민들이 우려하는 통일 자본의 문제부터, 다각적으로 존재하는 시스템적·정서적 난관들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미시적인 요소부터 점진적으로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약 1세기 동안 갈라져 있던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국가가 하나가 되는 일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 어느 작업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복잡한 작업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준비의 시작으로 필자는 줄곧 남북관계의 긍정적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청년들에게, 국가와 사회가 이념 갈등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넓은 플랫폼을 형성해 줄 것을 촉구해왔다. 국가를 중심으로 한 자본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북한 문제와 접목시켜 북한에 대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 북한학이 상대적으로 정치와 외교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회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북한 전문가들이 배출되어 대한민국과 남북관계의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다 보면 이전보다 더 많은 인재들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통일 여론의 긍정적 변화는 물론 국가 시스템과 사회 구성 요소, 나아가 국민 정서 또한 통일에 실질적으로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장기간 동안 통일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세분화된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민족 담론과 정치, 회담, 협상에 국한된 통일 논의는 한계가 너무도 크고 미흡한 접근이라는 것을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의 2030 세대인 장마당 세대는 남한 문화를 습득해나가기 시작했다. 한류를 접하고 자유를 동경하면서 장마당 세대는 스스로의 사고방식과 언행 또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장마당 세대의 자발적인 변화 움직임에 체제 붕괴의 위협을 느낀 북한 당 중앙이 그 흐름을 절단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것이 그 증거다.

대한민국 청년들도 힘을 합쳐 스스로 남북관계의 미래를 준비해나가고 있다. 필자가 현재 인턴으로 재직하고 있는 NKDB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청년들이 그 예시 중 하나이다.

청년들은 현재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첫째는 북한 인권 온라인 박물관 '북한 인권 라키비움' 프로젝트이다. 정치적·외교적 안건으로서의 북한 인권이 아닌, 인권의 본질과 북한 인권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하기 위해 다각적인 관점에서 북한 인권에 접근하여 박물관 형식의 공개 플랫폼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북한 인권침해 지리 정보 플랫폼 '비주얼 아틀라스'이다. '비주얼 아틀라스'는 북한 주민 인권침해 사건을 장소별로 구글 위성지도에 표기한 시각 기반 정보 데이터베이스이다. 청년들은 함께 모여 북한이탈주민분들께서 공개에 동의해 주신 인권침해 경험 진술을 기반으로 증언자료들을 교차 검증하여, 정치범 수용소 등 인권침해가 발생했던 장소들을 직접 지도에서 밤낮으로 찾아내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또한 이를 영어로 번역하여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림으로써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소프트파워를 형성해 내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의 청년들 모두가 목숨을 걸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반도의 정의와 본질적인 평화를 되찾기 위해 태동하고 있다. 세대 간의 정서적·현실적 격차로부터 발생하는 통일인식에 대한 갈등을 넘어, 힘든 여건 속에서도 피나는 노력을 하는 청년들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함께해 줄 것을,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발전을 위해 전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 청년으로서 간곡히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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